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7일] 하나금융의 전략, 개미의 폭탄

금융부 김영필기자 “시장에서는 아무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16일 은행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놀라는 눈치였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작업이 007작전에 버금갈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직ㆍ간접적으로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밝혀 온 하나금융이 느닷없이 외환은행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였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인수는 늘 검토해 왔던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좀더 구체화 시킨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이어 “(조건이 맞으면) 다음 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겠다”며 우리금융이나 외환은행중 하나만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외환은행 인수에만 성공해도 자산규모가 316조원으로 신한금융을 제치고 ‘넘버3’에 오르게 된다. 되짚어보면 그동안 증권가에서는 하나금융의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를 당연한 수순으로 봤다. 지난해부터 하나금융의 우리금융 인수에 따른 영향과 향후 주가 전망에 대한 보고서가 쏟아졌을 정도. 하나금융이 우리금융과 합병할 경우 리딩뱅크로 떠올라 수익성이 크게 제고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5배 이상으로 크게 높아진다는 전망도 나왔다. 결국 하나금융의 주가가 오른다는 얘기였다. 보고서들이 나올 때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주가는 춤을 췄다. 바로 이점 때문에 시장 관계자들은 하나금융의 자세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하나금융의 방조와 금융권의 오해(?) 속에 우리금융 투자자들은 헛물을 켠 셈이 됐다. 회사 전략이야 바뀔 수 있지만 우리금융 M&A에 대한 이슈로 재미를 볼 때는 적극적인 부인을 하지 않다가 막판에 외환은행으로 방향을 크게 틀어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M&A 건으로 하나금융 주주들은 재미를 봐왔는데 계속 동쪽을 두드리다가 서쪽을 친 격”이라고 평했다. 김 회장의 ‘성동격서’가 하나금융으로선 전략이겠지만 우리금융에 투자했던 눈먼 개미투자자들에게는 폭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씁쓸하다.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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