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안먹고는 못 견디는 달콤한 유혹

■ 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주전부리 명소' 4곳

인사동 쌈지길 똥빵 딸기빵

천안 병천순대

신포닭강정

경주 황남빵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아무리 경치가 빼어난 곳이라도 배가 고프면 절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경관이 빼어난 관광지에는 특별한 먹을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여행 길에서 눈과 귀만큼이나 입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지역 특색이 스며 있는 음식들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역 명물로 거듭난 주전부리를 주제로 6월의 가볼 만한 곳 4곳을 선정했다. '때를 가리지 않고 군음식을 자꾸 먹는다'는 의미의 주전부리는 오고 가는 여행길에 빠뜨릴 수 없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서울 인사동의 전통음식 ▦천안의 호두과자와 병천순대 ▦인천의 신포닭강정 ▦경주의 황남빵과 찰보리빵 등 지역 주전부리 대표주자들을 만나러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전통이 빚어낸 맛 오색떡… 꿀타래… ◇서울 종로구 관훈동∼인사동=조선시대 궁궐인 경복궁ㆍ창덕궁과 가까운 인사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지이다. 고미술품에서부터 현대작품까지 두루 만날 수 있어 특별함을 더하는 인사동 나들이의 또 다른 즐거움은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 음식을 만나는 데 있다. 잔치마다 어김없이 상에 오르던 오색의 떡, 임금의 무병장수를 빌며 만들었다는 꿀타래, 오곡으로 만든 강정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주전부리들이다. 인사동 길목에서 맨 먼저 만나는 주전부리 맛집은 '질시루'다. 이곳에서는 경기미와 천연 재료를 사용해 만든 오색 떡을 맛볼 수 있다.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주는 전통차와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다. 임금이 오래 살기를 바라는 신하들이 장수를 상징하는 실을 닮은 과자를 만들어 올린 게 유래가 됐다고 전해지는 꿀타래는 인사동 길거리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재료도 건강에 좋은 꿀과 땅콩을 사용하는데 요즘은 꿀과 엿기름을 섞어 일주일간 숙성시켜 만든 꿀 덩어리로 만든다. 인사동 주전부리 여행의 피날레는 쌈지길이 장식한다. 쌈지길 1층 왼쪽에 자리한 이남설강정은 쌈지길이 시작되면서부터 있던 5년차 주전부리 맛집으로 마니아들까지 있을 정도다. 쌈지의 캐릭터인 똥치미와 딸기에서 비롯된 똥빵과 딸기빵은 붕어빵과 비슷하지만 좀 더 부드럽고 납작한 것이 특징이다. 담백 쫄깃 병천순대와 명물 호두과자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아우내거리 일대=천안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주전부리로는 순대가 첫손에 꼽힌다. 돼지 큰 창자를 쓰는 함경도 아바이순대와 달리 병천순대는 작은 창자를 써서 돼지 특유의 누린내가 덜하다. 잘 손질한 소창에 배추ㆍ양배추ㆍ당면 등을 넣어 만든 야채순대는 담백하고 쫄깃한 맛으로 수십년 전부터 아우내장터를 찾는 사람들의 단골 메뉴가 됐다. 북녘에 함경도 아바이순대가 있다면 남녘에는 병천순대가 있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자타가 공인하는 원조집인 청화집이 문을 연 것은 50년 전이다. 15년 전만 해도 장날에만 문을 여는 병천시내 순댓국집이 청화집과 충남집 두 곳밖에 없다가 외환위기 이후부터 하나둘 문을 열었다. 가뜩이나 어려워진 장꾼들 주머니 사정에 저렴한 순대와 탁주 한 사발이 인기를 얻으면서 병천순대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천안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명물은 호두과자다.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빵 틀 안에 호두와 팥 앙금을 넣어 호두 모양으로 구운 빵의 일종인데 우리나라에 호두나무가 처음 들어온 곳이 천안이었다고 한다. 고려 충렬왕 때 원나라에서 호두나무 묘목과 열매를 들여와 광덕사 경내에 심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수백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 호두는 천안 거리마다 한편을 차지하는 자랑스러운 대표 과자로 거듭났다. 뒷맛 개운한 27년 추억의 신포닭강정 ◇인천 중구 신포동=신포시장이 자리한 신포동의 옛 지명은 '터진개'다. 마을이 바다 쪽으로 열려 있다는 뜻이다. 커다란 아치형 간판을 지나 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이내 고소한 닭튀김 냄새가 진동한다. 사실 닭강정은 양념치킨과 많이 닮았다. 닭강정과 양념치킨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는 씹히는 맛. 닭강정은 양념소스에 버무렸지만 후라이드치킨만큼 입 안에서 바삭거린다. 1980년대 등장한 양념치킨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스가 튀김에 스며들어 눅눅해진다는 태생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닭강정은 이런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물엿을 이용해 소스를 만들었고 1년여의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1983년 드디어 매콤한 소스와 바삭한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닭강정을 선보였다. 닭강정이라는 이름은 찹쌀반죽을 기름에 튀긴 뒤 꿀과 튀밥을 입혀 만드는 한과에서 빌린 것이다. 신포닭강정은 소스에 들어가는 청양고추 때문에 맵지만 매운 맛이 입안에 오래 남지 않고 뒷맛이 개운해 손부채질을 해대면서도 자꾸 손이 간다. 경주여행의 필수간식 황남빵·찰보리빵 ◇경주시 황오동 사정동=경주에 가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불국사와 석굴암이라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것은 황남빵이다. 탄생한 지 70년이 넘은 황남빵은 1939년 경주 토박이인 최영화 할아버지가 처음 만들었다. 아직도 손저울을 사용해 물과 밀가루의 비율을 엄격히 지키며 팥소를 넣은 둥글 납작한 반죽덩어리 위에 빗살무늬 도장을 꾹 눌러 찍어 멋을 낸다. 인공 감미료나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 부드럽고 고풍스러운 맛을 유지해 3대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본래 황남빵은 '황남동에서 만들어 파는 빵'이라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고유명사가 됐다.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옹골진 황남빵은 ▦빵값은 깎아주지 않는다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수작업으로만 빵을 만든다는 3가지 경영철학을 지금도 고집한다. 황남빵의 아성에 도전하는 경주의 또 다른 먹을거리는 찰보리빵이다. 경주역을 나오면 길게 늘어선 찰보리빵 가게들이 여행객을 맞아준다. 황남빵이 겉의 차진 느낌과 부드러운 팥의 조화로 달달한 맛을 준다면 찰보리빵은 핫케이크처럼 쫄깃한 느낌에 팥 앙금이 촉촉하고 담백해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다. 경주에서 재배되는 찰보리 100%만으로 만드는 찰보리빵은 구수한 옛 맛을 지키면서도 방부제와 색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온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명품 웰빙 주전부리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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