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묻지마' 편드판매 이제 그만

“펀드는 지금 가입하시는 게 가장 좋아요. 신문기사에도 펀드 자금이 많이 들어온다고 하잖아요.” 최근 신용카드 재발급을 위해 찾아간 모 은행의 창구 직원이 기자를 붙들고 대뜸 권유한다. 카드만 발급 받고 나오려던 기자는 순간 발목이 잡혔다. 창구 직원이 보여준 기사는 얼마 전 본지에 실린 펀드 설정액 증가에 관한 기사였다. 이미 펀드에 가입했고 최근 수익률이 안 좋아 관심이 없다는데도 직원은 줄기차게 펀드 가입을 권유했다. 인사이트펀드가 요즘도 잘 나가냐며 운을 띄우자 “그건 이제 한물갔다”며 이름도 생소한 신규펀드를 추천했다. 과거 수익률 기록도 없는데 뭘 믿고 가입하냐는 질문에 대한 창구 직원의 대답이 놀라웠다. “과거가 미래를 보장해주나요. 뭐가 오를지는 아무도 모르죠.” 지난해 불 같은 활황장이 끝나고 코스피 지수 1,600선을 오락가락하는 변동성 장세가 지속됐지만 펀드 판매사들의 태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바뀐 게 하나도 없다. 가치주 위주냐 성장주 위주냐 정도만 설명해줘도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는 브라질이 뜬다는 둥 국내 증시가 조만간 다시 2,000포인트를 넘길 거라는 둥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며 가입을 종용한다. 물론 지금 지수대에서 국내 증시가 다시 추락하리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를 찾는 건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특정 상품펀드나 일부 신흥시장 국가를 노리는 펀드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펀드들이 왜 상대적으로 선방했고 왜 전망이 좋은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투자자가 판매창구에서 듣긴 정말 힘들다. “뭐가 오를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은 경마장에서나 통할 말이지 인생의 장기계획을 갖고 투자를 살피는 투자자들에게 할 말이 아니다. 길고 긴 조정장을 버티는 지혜는 투자자에게도 필요하지만 펀드 판매사에게 더욱 필요한 듯 하다. 지금 펀드 자금 유출이 없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며 마구잡이식 판매를 계속했다간 언젠가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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