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예고된 전쟁' 경제 충격파 약할듯

도이체방크등 올 세계 성장률 1~2.2%전망일각선 "공조 성공·조기종결되면 정화위복" 미국이 드디어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이미 예고된 전쟁인데다 미국이 오랜 기간 '뜸'을 들인 탓인지 쇼크 상태로까지 빠지지는 않았다. 물론 이날 세계 증시와 국제 상품시장은 미국의 개전에 따른 영향을 받긴 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이번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방어막을 어느 정도 쳐 놓은 상태여서 지난 11일 테러 대참사가 발생했을 때의 후(後) 폭풍 같은 양상은 빚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전쟁 면역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침체 기조가 이어진 그 동안의 관성에 의해 당분간 하강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 하강기조는 지속될 가능성 높아=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3분기는 물론 4분기까지 침체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인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짐에 따라 세계 경제 역시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전망에는 미국의 보복공격이라는 변수도 포함돼 있다. 달리 말하면 이번 미국의 보복공격과 관계없이 세계 경제는 당분간 하강 곡선을 그릴 수 밖에 없다는 것. 실제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미국 경제가 테러 발생 이전에 이미 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으며, 메릴린치ㆍ골드만삭스ㆍ슈로더ㆍHSBC 등 주요 금융기관들 역시 연내 미국의 경기 침체를 점치고 있다. 세계 경제 역시 비슷한 상황. 도이체방크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2%로 전망했으며, 서방선진 7개국(G7)의 경우는 이 보다 더 낮아 올해와 내년에 각각 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조기 종결될 경우 전화위복 전망도=테러 대참사 직후 미국ㆍ일본ㆍ유럽은 국제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확대하고, 증시 폭락에 대비해 동반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등 한층 강화된 공조체제를 보여줬다. 이 같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미국의 군사행동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 및 상품시장 혼란도 빠른 시일 내에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테러 대참사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전쟁으로 인한 스테그플레이션을 점치기도 했다. 즉 전쟁 발발→원자재 가격 급등→물가 상승→스테그플레이션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그러나 막상 미국의 군사행동이 시작되자 이 같은 전망을 내놓는 경제 전문가들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전쟁이 조기 종결될 경우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마련하는 등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각국의 원활한 공조체제 구축이 관건=지난 73년 중동전쟁, 이란 혁명, 걸프전 등 중동사태가 터졌을 경우 미국 경제는 예외 없이 곤혹을 치렀다. 국제 유가는 배럴 당 40달러까지 치솟고, 소비자신뢰지수는 40~50까지 곤두박질 쳤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군사행동에 따른 후유증은 과거 3차례의 중동사태처럼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보복공격 이전부터 미국은 재정지출 확대, 추가 감세, 금리인하 등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꾸준히 추진, 전쟁에 따른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정책이 효과를 거둘 경우 미국의 경기 침체는 의외로 짧아질 수 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테러 대참사 직후 나타났던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세계 각국의 공조체제가 다시 구축될 경우 피해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미국의 전쟁 개시는 각국의 원활한 공조체제 구축이 얼마나 신속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가를 재차 확인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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