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선심성 공약 "이젠 그만"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소기업과 재래시장에 대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간담회는 물론, 정책 마련을 위한 당정간 협의회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중소기업인간 정책간담회가 있었고 1,000여명의 재래시장 상인들과 여당 당직자들과의 대화 자리도 마련됐다. 여당은 재래시장육성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재래시장에 더 나은 환경이 주어질 거라고 입을 모았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의장은 “재래시장 상인들과 열린우리당은 한 몸의 공동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상인들의 마음을 얻으려 애썼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도 “재래시장은 서민의 삶이 압축된 곳이다. 재래시장의 표정이 밝으면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징표일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서민의 삶이 고달프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시장 바닥에서 장사라도 해본 듯한 어투로 일체감을 자극했다. 이밖에 최근 소기업ㆍ소상공인공제제도 입법화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고 대형 할인점의 영업 활동을 제한하는 ‘대규모점포영업조정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이들 법안 중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담아낸 것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작 수혜 당사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말로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는 우리 서민들의 심정을 금배지 단 높은 분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서울 삼선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K씨).” “중소기업들의 고충을 듣고 풀어주겠다며 간담회만도 수 차례 가졌지만 한번 다녀가고 나면 그뿐, 건의한 내용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 한마디 들을 수 없었어요(중소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했던 모 조합 이사장).” 이런 지적을 듣는 기자도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5ㆍ31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고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선거의 속성상 중소기업과 재래시장 상인들은 소홀히 할 수 없는 표밭이다. 서민의 대표 격인 중소기업과 재래시장을 위한다는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표를 의식해 설익은 정책들을 쏟아내면 그만큼 국정 운영에 혼선과 부담을 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선심성 공약을 액면 그대로 믿고 자신의 소중한 한표를 던져줄 만큼 더 이상 우리 유권자들이 순진하지 않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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