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미술대전 존폐공방

박연우 <문화레저부차장>

최근 한국미술협회는 대한민국미술대전 개편안을 공개했다. 개편안의 골자는 지난 60, 70년대 국전처럼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ㆍ문화관광부상 등의 고위관직 시상제를 부활시켰다는 점이다. 이유는 최근 10여년간 수상자 담합, 금전 뒷거래 등의 잇단 비리로 위상이 땅에 떨어진 대전의 권위를 되찾는다는 명분이다. 비구상과 구상 등에 6개 부문별로 대상 1명과 우수상 4명, 특선자와 입선자를 뽑았던 방식을 옛 국전처럼 비구상ㆍ서예ㆍ문인화로 구성된 1부와 구상ㆍ공예 분야로 구성된 2부로 나눠 각각 대통령상 1명과 국무총리상 1명, 문화부장관상 2명, 문예진흥원장상 3명을 뽑겠다는 것이다. 또 지명 공모제 형식의 평론가상을 도입해 별도로 최고상과 우수상 시상도 있다. 미술대전의 대통령상 부활을 놓고 주최측인 한국미술협회(미협)와 일부 미술단체들 사이의 공방전이 치열하다. 미술사ㆍ비평ㆍ기획분야 7인의 기획위원이 모여서 대통령상 부활계획에 반대하는 ‘내가 죽도록 받고 싶은 대통령상’이라는 주제의 전시를 열 계획이다. 35명의 작가가 참여해 익살의 화살을 던지는 작품으로 구성된다. 미술대전의 개편안에 대한 미술인의 행동으로 성명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문화연대와 민족미술인협회ㆍ미술인회의ㆍ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4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냈고 “고위 관료의 이름을 걸고 행사의 권위를 부활하려는 행위가 안쓰럽다”면서 문화부의 미술대전 기금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협도 대통령상 부활이 “권위주의로의 회귀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지엽적 상 이름을 문제 삼는 것은 달은 안 보고 손가락 끝만 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의 맥을 이으면서 한때 국내 최대 규모의 신인작가 등용문이었던 미술대전이 이처럼 존폐논란에 휩싸인 것은 미협 스스로 인정하듯 미술대전을 둘러싼 숱한 추문과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특정학교 출신이 상을 싹쓸이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시대 변화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난 속에 일반인들에게 무관심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 미술대전의 현실이다. 전국에서 실시되는 공모상은 줄잡아 600개에 가깝다. 각종 미술대전이 난립한 이유는 국내 화랑은 많지만 화랑들의 신진작가 발굴 노력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축제가 그리 많고 상이 그리 많아도 이 땅의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미술대전 권위 되찾기’와 ‘새로운 수상제도 수립’을 위한 양측의 노력이 팽팽한 가운데 앞으로 미술계는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할 때다. 이상과 현실을 접목하는 낮은 자세로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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