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LTCM 구제 어떻게 했나…

관치금융으로 할당몫 정해…미국 사상최대 36억달러 지원

지난 1998년 9월22일 오후8시, 씨티ㆍ체이스맨해튼ㆍJP모건ㆍ골드만삭스ㆍ살로먼스미스바니 등 뉴욕 월가의 내로라하는 최고경영자(CEO) 10명이 약속도 팽개친 채 뉴욕연방준비은행(FRB)의 부름을 받고 맨해튼 남쪽 석조건물에 모여들었다. 윌리엄 맥도너 뉴욕 FRB 총재가 무게를 잡고 있는 가운데 42세의 피터 피셔 부총재가 입을 열었다.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를 살리는 것에 우리 모두의 이해가 걸려 있습니다. 이 헤지펀드가 파산하면 금융시장이 무너지는 큰 혼란이 생길 것입니다.” 월가에서 뼈가 굵은 금융인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구제금융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월가 CEO들은 LTCM에 구제금융을 주기로 동의했다. 규모는 미국 역사상 최대 금액인 36억5,000만달러. 문제는 누가 얼마나 내야 하는지였다. 서로 적은 돈을 내겠다며 발을 뺐지만 뉴욕 FRB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큰 회사는 3억달러, 작은 회사는 2억달러, 딱히 어려운 회사는 그것도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미국식 관치금융이며 팔 비틀기(arm-twisting)였다. LTCM은 당시 뉴욕 채권시장의 대부라고 불리던 존 메리웨더가 창립해 엄청난 수익을 내던 헤지펀드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파생상품 금융이론을 개발한 마이런 숄스, 로버트 머튼 교수 등을 영입해 천재적 투자집단으로 불리던 헤지펀드는 1998년 10월 러시아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선언 후 미국 국채시장에서 큰 손실을 봤다. 당시 FRB는 LTCM이 파산하면 세계 금융불황을 몰고 올 허리케인의 눈이라고 판단, 월가 은행들을 동원해 협조융자를 제공함으로써 금융시장을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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