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제사의 맥을 추적한 '부의 역사'

■ 부의 역사 ■ 권홍우 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 1492년 에스파냐 왕국서 추방된 유대인 이동경로<br>더 큰 자유 보장된 네덜란드·英·美등은 크게 발전<br>종교적 억압 에스파냐·佛은 물적토대 불구 번영 못이뤄<br>국내 소개 안된 첩보전·국제관계 비사등 흥미진진


16세기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뺏은 금은보화를 실어 나르던 배 중 한 척인‘콘셉시온호’의 모습. 1641년 난파된 것으로 기록된 이 배는 선장 윌리엄 핍스에 의해 1687년 발견됐다. 윌리엄 핍스는 이를 계기로 영국에서 기사작위와 상금 1만1,000파운드를 받았다.

15세기 항해왕으로 불렸던 포르투갈 엔히크 왕자가 항해에 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 그는 모로코의 세우타 점령 초기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고, 이후 포르투갈의 해양력을 키우는 데 노력했다.

세계경제 패권 흐름과 정확히 일치 ■ 부의 역사 ■ 권홍우 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1492년 에스파냐 왕국서 추방된 유대인 이동경로 세계경제 패권 흐름과 정확히 일치더 큰 자유 보장된 네덜란드·英·美등은 크게 발전종교적 억압 에스파냐·佛은 물적토대 불구 번영 못이뤄국내 소개 안된 첩보전·국제관계 비사등 흥미진진 강동효기자 kdhyo@sed.co.kr 16세기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뺏은 금은보화를 실어 나르던 배 중 한 척인‘콘셉시온호’의 모습. 1641년 난파된 것으로 기록된 이 배는 선장 윌리엄 핍스에 의해 1687년 발견됐다. 윌리엄 핍스는 이를 계기로 영국에서 기사작위와 상금 1만1,000파운드를 받았다. 15세기 항해왕으로 불렸던 포르투갈 엔히크 왕자가 항해에 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 그는 모로코의 세우타 점령 초기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고, 이후 포르투갈의 해양력을 키우는 데 노력했다. ‘1492년.’ 역사의 분기점으로 손꼽히는 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서양 문물이 세계사의 흐름을 지배하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타임과 라이프지 등이 ‘지난 1,000년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선정한 것도 1492년의 신대륙 발견이다. 경제사의 맥을 추적한 신간 ‘부의 역사’의 첫 장면도 1492년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저자는 다른 사건인 ‘유대인 추방령’에 보다 중점을 둔다. 1492년 벽두에 이베리아 반도에 남아 있던 이슬람 왕국을 몰아내고 유럽 대륙의 완전한 기독교화를 이룩한 에스파냐 왕국이 단행한 유대인 추방령이 아직까지도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에스파냐에서 재산을 사실상 강탈 당하고 추방된 유대인들은 포르투갈을 거쳐 네덜란드, 영국, 미국으로 이동해 갔다. 저자가 강조하는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다. 유대인의 이동 경로가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경제 패권의 흐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이다. 핍박받던 유대인들이 찾았던 곳은 조금이라도 더 자유와 창의성이 보장되는 나라였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반대로 자유를 억압한 나라들은 쇠락과 경제적 손실을 맛봤다. 종교 이데올로기에 함몰돼 인간을 억압한 대표적인 나라가 에스파냐와 프랑스. 에스파냐는 신대륙에서 거둬들인 막대한 황금을 가지고도 우수한 인력, 즉 유대인과 기능공인 이슬람 교도들을 내쫓은 탓에 국내 제조업 기반이 무너져 경제적 번영을 이룩하지 못하고 연쇄적인 국가 부도(모라토리엄)을 겪었다. 프랑스도 비옥한 농토와 수산자원이라는 천혜의 환경에도 위그노(신교도)를 탄압해 스스로 인적 토대를 무너트렸다. 독일의 기계공업과 스위스의 정밀산업을 일으킨 사람들도 위그노 출신이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43명중 8명이 위그노의 후손이라는 점은 종교적 맹신에 따른 인적 손실이 얼마나 컸나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인간의 돈에 대한 탐욕도 책의 주요한 주제다. 일확천금을 노린 투기와 거품 경제, 각국 산업의 발전 과정을 사건과 사건으로 연결한 점이 흥미롭다. 오늘날 세계 경제를 자원과 금융, 전쟁이라는 세가지 요소로 해석한 점도 눈길이 간다. ‘부의 역사’가 갖는 최대 장점은 재미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에피소드와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던 혼맥, 첩보전, 국제 관계 비사를 곁들여 무겁게 여겨질 수 있는 경제라는 주제를 쉽게 풀어냈다. 논픽션임에도 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저자는 인간의 진보를 믿는다면서도 의문 부호를 남긴다. 자원은 유한한데 욕심은 무한하다는 이유에서다. ‘최소한 부모 세대로부터 받았던 만큼은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저자가 제시하는 방향은 ‘늦더라도 지속 발전이 가능한 경제’에 있다. 이를 위한 제 1의 전제 조건이 바로 인간이다. 책머리의 문구가 가슴에 와닿는다. ‘꽃은 어둠을 뚫고 피어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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