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검찰 '정회장 출국' 정말 몰랐을까

계열사 비자금 조성 등 문제로 검찰수사 가능성이 거론되던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2일 돌연 출국한 사실을 검찰이 사전에알았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검찰은 전혀 알지 못했다는 반응이지만 여러 정황상 검찰이 정 회장 출국 사실을 몰랐다는 게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검찰 진짜 몰랐나 = 검찰은 정 회장이 미국 방문 사실을 검찰과 사전조율하지 않았고 출국 사실도 2일 오후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출금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외국에 얼마든지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냐, 당연히1주일의 일정이 끝나면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게 검찰의 공식 반응이다. 하지만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의 정 회장은 공항에서 VIP중 VIP에 해당하는 인물이어서 공항 도착 후 출국까지 일련의 정황을 감안하면 검찰의 설명에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일례로 정 회장 같은 VIP급 기업 총수가 출금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출국 20여분 전에야 공항에 나온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이미 자신이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검찰 또는 제3의 기관으로부터 확인받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그래서 가능하다. 정 회장은 매일 수사 상황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직접 챙기고 있었던 만큼 검찰 수사망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던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누군가가 정 회장의 출금 여부를 검찰 등을 통해 확인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지난달 26일 현대차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 및 이후 임원 소환과정에서 정회장의 출국 가능성을 알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측은 정 회장의 방미가 계획된 일정이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검찰이 이런`계획된 일정'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 쉽게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망이 시시각각 그룹 수뇌부로 좁혀가는 상황이었고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경위와 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총수 일가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검찰이 정회장의 출금까지는 아니더라도 출국 사실 정도는 미리 파악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과 현대차 또는 정부와 현대차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이뤄진 게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정말 몰랐을 수도 = 그러나 공항 내부에 상주하는 경찰과 국정원 등 정보기관들도 2일 오후 정회장의 방미 사실을 출국이 임박해서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검찰이 정회장 출국 사실을 미리 알았다고 해도 해외공장 시찰이라는 기업고유의 업무활동을 위한 미국 방문을 막을 명분이 없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더욱이 검찰 스스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정 회장 일가에 대한출국금지를 하지 않았다고 밝히는 상황에서 뒤늦게 피의자 신분도 아닌 정회장을 출금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할 수밖에 없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2일 브리핑에서 "(정회장 출국이) 수사에 장애를 주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만일 장애를 초래한다면 조치를 강구하겠다. 그런 일은 생기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현대차 부분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지 않기 위해 압수물 처리나출금 문제 등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부분에 대해 현대차쪽의 협조가 제대로 안되면 기조가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금까지 현대차를 많이 배려했지만 이런 식으로 나오면 무조건 협조적으로 나가기 힘들다는 엄중 경고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출국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못했을 것임을 엿보게 하는 발언이다. 한편 정 회장이 검찰과 협의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출국함에 따라 정 회장의 아들 정의선 사장에 대한 출금 여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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