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글로벌 포커스] "한국에 질 수는 없다"… 日, 첨단·미래산업 육성 '고삐'

올 국가경쟁력 27위로 '뚝' 韓·中에 뒤처져 위기감 고조<br>원자력·환경·로봇등 5대 전략산업 선정 국가 성장동력화<br>기업들도 투자 확대·신규사업 추진등 경쟁력 강화 잰걸음


지난 13일 일본 국민들은 밤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7년 전 우주로 쏘아올린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가 마침내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밤 하야부사는 호주 우메라 사막에 무사히 도착했고, 일본 언론들은 '일본 우주산업의 쾌거'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또 통신두절, 엔진고장 등 수많은 장애를 극복하고 기적처럼 임무를 완수한 하야부사의 비행 일지를 '감동 스토리'로 전하는 동시에 일본 우주산업의 경쟁력과 경제적 가치를 자세히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설을 통해"하야부사는 우주에서 모래를 담은 캡슐만 가져온 게 아니라 일본 제조업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또 요미우리신문은 도쿄역 앞 JAXA(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홍보관에 방문객들이 남긴 글을 인용해 "하야부사는 일본의 자존심" 이며 "불황으로 우울한 상황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韓ㆍ中 추격에 일본의 불안감 고조=이처럼 일본이 하야부사의 성공에 크게 고무된 것은 그 동안 일본의 산업 경쟁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이 쏟아지면서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만연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달 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내놓은 2010년 국가 경쟁력 조사 결과에따르면 일본은 27위로 전년보다 10단계나 떨어졌다. 미국(3위), 스위스(4위), 호주(5위), 스웨덴(16위), 캐나다(17위), 네덜란드(12위), 독일(16위), 영국(22위) 등 선진국은 물론 싱가포르(1위),홍콩(2위), 대만(8위), 말레이시아(10위), 중국(18위), 한국(22위), 태국(26위) 등 아시아 이웃국가에게도 뒤처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은데다 저출산ㆍ고령화, 재정문제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며 "2002년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한국, 중국, 대만 등에도 밀려나고 말았다"고 보도했다. 일본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평가되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이 맹추격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일본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한국의 정보기술(IT)ㆍ자동차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자 일본 언론들은 '한때는 일본 따라 하기에 급급했던' 한국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게다가 한국이 지난 해 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 건설프로젝트를 수주하자 일본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일본을 이끌고 있던 하토야마 정권의 경제 비전 부재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고, 급기야 경제산업성 안에 '한국실'을 설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첨단ㆍ미래산업 육성'으로 위기 돌파=일본은 이달 초 '산업구조 비전 2010'을 발표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재편되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산업구조 비전 2010'은 5대 전략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5대 전략 분야는 ▦원자력ㆍ수자원ㆍ철도 등 인프라ㆍ시스템 분야 ▦환경ㆍ에너지 산업 ▦패션ㆍ음식ㆍ관광ㆍ콘텐츠 등 문화 산업 ▦의료ㆍ보건ㆍ육아 서비스 산업 ▦로봇ㆍ우주ㆍ나노ㆍ탄소섬유ㆍ바이오ㆍ항공 등 첨단산업 등이다. 일본은 전략산업 관련 시장을 오는 2020년까지 149조엔 규모로 확대하고 이를 통해 258만명 이상의 신규 고용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비전 수립을 주도한 경제산업성은 검토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산업구조를 비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IMD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의 경쟁력은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과학 인프라 부문의 경우 세계 2위로 평가된 것을 비롯해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분야도 많다. 이에 따라 일본은 우주ㆍ로봇ㆍ차세대 자동차시스템ㆍ친환경에너지ㆍ탄소섬유 등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경쟁국과의 격차를 확대하는 동시에 상용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실제로 일본은 이번에 하야부사 프로젝트 성공을 통해 우주산업 분야에서 한국과의 기술격차가 30~40년 이상 벌어졌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으며, 신흥국가 위성 발사 대행 등 로켓 산업 상업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기업들도 투자 확대ㆍ신규 사업에 적극 추진=일본 정부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변신에 나서고 있다. 정부에 보다 강력한 지원책을 요구하는 한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규 시장 개척, 대규모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선 일본 기업들은 원자력,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의 분야에서 해외 수주 경쟁을 벌일 때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민ㆍ관 협력기구를 설립, 정부의 지원을 얻기로 했다. 일본 업체들 간의 경쟁이 과도하게 벌어지면서 민ㆍ관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한국, 러시아 등과의 경쟁에서 졌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히타치는 원자력 분야에서 제휴 관계에 있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함께 해외 영업 거점 확대에 나섰다. 2030년까지 아시아,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38기 이상을 신규 수주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도시바와 IHI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 생산을 위해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로 충격을 받았던 일본 자동차업계는 전기자동차, 탄소섬유, 차세대 자동차 시스템 등으로 빠르게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현재는 경쟁 관계에 있더라도 미래 생존을 위해 차세대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우주 산업 관련 업체들은 하야부사의 성공을 계기로 달 기지 건설, 유인우주선 발사 등 차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하야부사의 '이온엔진'을 개발한 NEC는 미국 등지에서 수주를 확대하는 등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또 일본 제약업계 1위인 다케다약품공업은 최근 신약 개발 강화를 위해 바이오벤처와 대학 등 외부 기관과의 공동 연구 개발비를 두배로 늘려 200억엔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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