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8월 초로 예정된 '2013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기도 전에 정치권과 재계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에까지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협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매년 세법을 손질할 때마다 의례적으로 불거지는 일회성 민원이라고 하기에는 압박의 강도가 강하고 주장하는 내용이나 방향도 중구난방이다. 일상적 조세저항이 아닌 일방적 떼쓰기라고 할 정도의 내용이 많다.
이렇게 정부를 흔들다가는 정부의 정책 신뢰성 자체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안팎에서 나올 정도다.
30일 관계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일감 몰아주기 과세제도(상속ㆍ증여세) 개편 문제와 관련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중소기업에 이어 대기업들에도 일감 몰아주기 과세적용을 완화할 수 있음을 내비치자 여야에서 일제히 공세가 시작됐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재벌의 불법 경영권 승계 등을 근절하자는 취지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사실상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인데 무력화시킨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며 "많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문병호 민주당 수석 정책위 부위원장도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중소ㆍ중견기업이 문제라면 그들에 대해서만 과세요건을 완화하면 되는데 대기업을 끼워 넣는 것은 경제민주화의 후퇴"라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경제민주화의 프레임이 아닌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부총리의 고민이 묻어난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불요불급한 소득ㆍ법인세 감면혜택을 전반적으로 축소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놓고도 재계와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소득공제 중심의 소득세 감면체계를 일부 축소ㆍ폐지하고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려는 기재부에 한국납세자연맹은 사실상 성실하게 세금을 내온 근로자에 대한 증세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재계 역시 연구개발(R&D) 활동 등에 대한 법인세 감면혜택을 대기업 중심으로 줄이겠다는 기재부의 방침에 우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는 상황이다.
기재부의 한 간부는 "세제를 어떻게 고칠지 정부안도 발표되기 전에 이처럼 공개적으로 공격을 당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런 목소리가 건전한 정책건의를 넘어 자칫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면 세제개편에 대한 조세저항만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