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도로와 네트워크

송관호<한국인터넷진흥원장>

“정보전달만 된다면 황제는 어디에 있어도 국가를 통치할 수 있다. 변방에서 전쟁을 하더라도 훈령만 보내면 통치가 가능하다.” 서기 143년 아리스티데스가 로마제국의 원로원에서 한 연설의 일부다. 그는 이 연설을 통해 도로공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미 2000년 전에 로마는 통신의 중요성과 본질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로마의 도로망은 정보 네트워크와 유사한 점이 많다. 도로는 아무렇게나 연결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근의 주요도시로 집중돼 있으며 도시들을 연결하고 더 큰 중심도시로 연결고리를 형성하기도 한다. 각 조직 단위의 네트워크는 보편적으로 중앙집중 형태지만 거시적으로 본다면 서로가 대등하게 연결된 분산식이며 아무리 복잡한 정보전달 경로라 하더라도 그 근본은 집중과 분산을 반복하는 결합된 구조다. 그리고 특별히 고립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네트워크상의 특정 지점은 어디든 도달할 수 있게 돼있다. 로마의 도로와 네트워크의 또 다른 유사점은 기획한 사람과 건설한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로마가 한 일은 도로구축의 표준이었고 도로구축의 주체는 독립국가들이었다. 이런 관점에 네트워크 분야를 대입해보면 로마제국은 특정 국가라기보다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표준을 만드는 기관에 해당하는 셈이다. 네트워크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면서도 서로 연동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표준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라고 부르는 네트워크의 붕괴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총괄조직이 없으며 관리자체가 불가능해 엄청난 정보 생산량과 팽창으로 순식간에 마비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실제로 인터넷은 오히려 자생력이 강해지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시대를 가능하게 했던 요인 중 하나가 도로였던 것처럼 네트워크는 시대를 이끌어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100명당 초고속 인터넷 이용률이 OECD국가 중 1위이며 차세대 인터넷 주소자원인 IPv6확보도 세계3위, 아ㆍ태 지역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원하게 뚫린 도로는 시민들의 성숙한 질서의식과 유지보수가 필요한 것처럼 인터넷 역시 우리가 함께 쓰는 공공재라는 한 차원 높은 인식이 필요하다. 이 같은 인식이 확산돼야 대한민국은 네트워크의 허브국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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