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유업계, 고연비휘발유 경쟁

휘발유 시장을 놓고 정유업체간 경쟁이 재연되고 있다.국내 1위 정유업체인 SK(주)는 미 텍사코사 연비향상제(TFA-4724)를 배합, 자동차 연비를 대폭 향상시킨 차세대 신제품인 고연비 휘발유를 10일부터 생산,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에스-오일(구 쌍용정유)은 지난 5일 SK가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연비향상제를 배합한 「슈퍼클린 플러스」를 15일부터 시판한다고 발표, 고연비 휘발유 경쟁을 먼저 촉발시켰다. 기존 휘발유에 첨가되는 연비향상제는 일종의 마찰저감제로, 엔진 연소실 내부의 금속표면에 보호막을 만들어 금속간 마찰 저항을 감소시킴으로써 연료소모를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이번 고연비 휘발유 싸움으로 지난달 30일 가격인하로 촉발된 업체간 경쟁은 제2라운드에 접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선수치는 에스- 오일=휘발유 시장에서 공방전은 주도하고 있는 곳은 최근 쌍용정유에서 회사명을 바꾼 에스-오일. 지난해 주인이 쌍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로 주인이 바뀐데 이어 사명 변경을 계기로 공세적 마케팅을 통해 시장판도를 흔들겠다는 의도다. 업체별 시장점유율은 SK가 36%, LG정유가 32%, 현대정유가 17%수준이며 에스-오일은 15%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어 기존시장판도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4월 휘발유 소비자가격 산정시 리터당 20원 정도의 인상요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에스-오일은 지난달 30일 24원을 인하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물론 다른 업체들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동참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체가 가격인하로 인한 손실이 더 큰 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에스-오일의 가격인하 공세에는 1조~1조2,000억원 정도인 풍부한 내부 유보자금이 바탕이 되고 있다. ◇우려되는 부작용=가격인하에 이은 고연비 휘발유의 잇따른 출시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로울게 없다. 하지만 정상적인 경쟁이 아닌, 「비정상적인 다툼」이라면 그 부담은 언젠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미 텍사코가 새로운 마찰저감제를 개발하자 한국내 독점사용권을 따기 위해 에스-오일이 가장 먼저 접촉했으나 실패했다. 그 사이 SK가 뒤늦게 텍사코와 계약을 맺고 에스-오일이 시판키로 한 날보다 5일 앞서 자사 제품을 출시키로 함으로써, 김을 빼려한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소비자 만족보다는 업계내 자존심싸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 업체는 연간 수백만달러의 원가부담을 감수해야 하는데 앞서 휘발유 가격인하로 인한 손실까지 떠안아야 하는 만큼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공산은 결코 적지않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 입력시간 2000/04/0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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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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