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6월 25일] 미그-15기의 어제와 오늘

전쟁은 언제나 참혹한 인류의 희생을 강요하지만 또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기도 한다. 임진왜란 7년 동안 개발된 각종병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육군과 해군에 소속된 항공대가 중요성을 감안해 공군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탄생하며 오늘날 육해공군 및 해병대로 편성됐다. 영국ㆍ미국ㆍ일본은 대형 항공모함을 개발해 작전에 큰 공적을 이뤘고 독일은 미국의 해상수송만 차단하면 전쟁에 이길 수 있다는 히틀러의 방침 아래 항공모항 개발을 중단하고 잠수함대를 개발 편성해 U보트하는 별명으로 미 해군의 수송함에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한국전쟁 후반기 無敵 폭격기 미국은 고공장거리 폭격기 B-29를 개발해 일본 전투기가 올라오지 못하는 고도를 날아 융단폭격을 퍼부어 일본의 군수산업과 도시를 완전 파괴했고 일본은 요즘의 자살테러를 조직화한 자살 특공대로 맞서 싸웠으나 그 한계를 실감하고 항복했다. 또 미군은 P-51이라는 소형고속 전투기를 개발해 무적항공대라는 전과를 올렸지만 그 역시 고도가 2만피트를 넘으면 속도가 떨어지고 3만피트를 넘을 수 없었다. 그때 각국에서 개발한 것이 제트엔진이다. 그 중 제트엔진과 더불어 로켓과 제트엔진 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한 독일이 제트전투기를 처음으로 실전에 사용했으나 항속거리가 짧아 실패한 기록이 있다. 전쟁이 끝나고 소련이 먼저 이들 기술자를 납치해 모스크바 연구소로 데려가 역사상 처음으로 효과적인 전투기를 개발한 것이 MIG-15기이다. 한국전쟁 후반기 미군은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해 북한에 무차별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다. 공군의 P-51기와 해군의 항모기 ‘코세어’의 보호하에 B-29기가 무적의 하늘을 마음대로 날고 있을 즈음 갑자기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공격해 오는 MIG-15기에 프로펠러 전투기 P-51과 코세어는 방어할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거의 반 이상 격추됐다. 가장 희생이 많은 기종은 크고 느린 B-29폭격기였다. 전세계가 경악했고 타임지를 비롯한 세계 모든 언론이 MIG-15기의 사진과 함께 그 전투성과를 표지에 담았다. 그때까지 보지 못했던 36도로 뻗은 후퇴익에 약간 짧고 통통한 몸체며 하늘높이 솟은 수직뒷날개는 전투기이기 전에 하나의 아름다운 조각품이다. 우리공군이 가졌던 무스탕기 F-51역시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예술과 항공역학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건만 우수한 전투기는 아름답기만 하다. MIG-15기는 이제 전투기가 아니고 일반항공 조종사들이 즐겨 타는 스포츠기이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수백대를 수입해 계기를 바꾸고 전면 점검을 한 뒤 애호가들이 즐겨 조종한다. 음속에 가까운 속도도 낼 수 있으나 공중전에서 하듯이 급선회를 하면 실속해 중심을 잃고 조종을 반영하지 못하는 위험이 있으니 절대로 전투비행은 못하게 한다. MIG-15기는 더욱 개발돼 MIG-17, 21, 23, 25, 31까지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젠 전투기 아닌 스포츠기 당황한 미 공군에서는 MIG-15기를 조종해 귀순하는 조종사에게는 당시로서는 거액인 십만달러와 미국시민권보장 및 일류대학진학을 제의 공포했고 이를 받아들여 귀순한 폴란드의 ‘프란시셰크 야레츠키’와 북한의 ‘노금석’ 대위가 있었다. 곧 비슷한 후퇴익 전투기 F-86이 나왔으나 속도와 행동반경 상승고도 등 여러 면에서 MIG기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래도 F-86이 3대1의 우위를 보여줄 수 있던 이유는 미 공군의 우수한 조종사와 작은 직경의 속사포를 사용한 기관총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모든 전투기들이 무장을 떼어버리고 평화스런 창공을 즐겁게 날 수 있고 서로 상처를 주지 않고 순수 모의 공중전을 태권도 겨루기처럼 올림픽 종목이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