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경쟁력 갖춘 창작 뮤지컬을 기대하며

최근 공연 무대는 말 그대로 뮤지컬의 독무대다. 예술의전당ㆍ세종문화회관ㆍLG아트센터ㆍ성남아트센터 등 큰 무대는 올 한해 뮤지컬 공연이 줄줄이 잡혀져 있다. 이른바 ‘빅4’ 뮤지컬 중 국내에 선보이지 않았던 ‘미스 사이공’마저 올해 국내 무대에 올려져 이제 뮤지컬 기획ㆍ제작사들이 눈독들일 만한 작품은 디즈니 뮤지컬 ‘라이온 킹’ 정도만 남았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창작 뮤지컬에 쏠리고 있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제작사 에이콤은 후속작으로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라이선스 작품을 제작해왔던 신시뮤지컬컴퍼니는 내년 여름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댄싱 섀도우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오페라의 유령’을 들여왔던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경기도 문화의전당과 함께 태권도를 소재로 퍼포먼스 ‘더 문²’를 제작해 오는 5월4~14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시연한다. CJ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뮤지컬시장으로 관심을 돌려 ‘거울공주 평강 이야기’와 ‘김종욱 찾기’ ‘컨츄리보이스캣’ 등 이색적인 뮤지컬에 투자한 상황이다. 한국 영화사의 신기원을 연 ‘왕의 남자’는 극장 종영도 전에 이미 뮤지컬 제작 준비를 끝냈다. 이미 배우 오디션도 마쳐 왕의 남자 원작인 ‘이’는 연극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 무대에서 관객 평가를 받게 된다. 뮤지컬 애호가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이런 창작 뮤지컬 붐 현상을 지켜보고 있다. 10여년 전 외화의 공세 속에 생존 위기를 느끼며 조바심을 냈던 국내 영화사는 의욕만을 앞세운 채 성급하게 세계 무대를 겨냥한 영화들을 쏟아냈다. 한국적 특성의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통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세계적 보편성을 무시한 채 우리만의 전통성을 부각시켰다. 그 결과 성공의 단맛보다는 실패의 쓴잔을 맛본 영화들이 더 많았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내딛는 창작 뮤지컬업계가 영화시장에서 배울 교훈은 무엇일까.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올드 보이’가 어느 정도 답을 내려준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했던 올드 보이에 세계가 열광한 이유에는 박찬욱 감독만의 독특한 색깔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이 자리잡고 있었다.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메이드 인 코리아 뮤지컬’이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굳이 한국적인 정서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짙은 뮤지컬 시장에서는 세계인의 보편적인 정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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