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상품화 시도 “적중”/백색가전 부흥… 배경과 전망

◎AV시장 주도권 쟁탈속 「틈새」공략/유통개방 공격적 세계화로 맞대응/물류비 과다 걸림돌 현지화로 풀어야 『가전은 암3기의 중증을 앓는 환자와 같다. 2만명이 만들고 7천명이 애프터서비스에 매달려야 할 정도로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이다.』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은 지난 93년 신경영 임원회의에서 반도체와 달리 수익성이 떨어지는 백색가전을 이렇게 평하면서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내렸다. 특히 최근 수년간 백색가전의 내수시장이 뒷걸음질치고 수익구조도 악화되면서 일부 고급품을 제외하고 사업을 포기하거나 해외로 이전해야 한다는 「반백」의 분위기도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암3기의 천덕꾸러기」에서 불황의 돌파구를 열고 수출의 주역이 되는 「효자」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수출실적을 보면 쉽게 확인된다. 대우전자의 경우 올들어 3월말까지 수출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냉장고 59% ▲세탁기 37.5% ▲전자레인지 30.5%가 증가했다. LG전자도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백색가전 제품의 수출이 40%나 급증했다.  이같은 실적은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백색가전의 수출상품화는 국내업체들이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가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은 전세계 AV시장의 패권을 잡기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백색가전의 수출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부피가 크고 운송비가 많이 드는데다 지역별로 현지업체가 난립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국내업체들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시장을 선점하면서 성공가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AV제품의 선진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하고 디지털 기술발달로 규격 통합화 등의 복잡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과 달리 백색가전 제품은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더 높아질 것』(최진호 삼성전자 가전본부장)이라는 견해는 백색가전의 부흥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통시장 개방으로 외국제품과 전쟁을 벌이는 최전선에 백색가전이 전진배치돼 있는 것도 백색가전 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수입품과 싸워 살아남기 위해서는 질좋고 값싼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가전업체들은 안방시장을 지키는 수비자세보다 시장이 넓은 해외서 싸워 승리하자는 전방위 공격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전관계자들은 『백색가전은 선진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으며 현지시장에 맞는 제품을 개발 판매할 경우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백색가전의 세계화는 장밋빛 만은 아니다. 이들 제품은 특성상 지역별로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한데다 물류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탁기의 경우 유럽은 드럼식이 보편화됐지만 국내 업체들은 펄세이터방식(세탁조안의 봉이 흔들리면서 세탁하는 방식)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이로인해 유럽시장 공략에는 상당한 모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류비도 AV제품에 비해 높다. 국내에서 만든 냉장고를 러시아로 수출할 때 울산항에서 컨테이너 한대에 적재되는 물량은 겨우 2만달러어치며 시베리아철도를 통해 모스크바로 운송할 경우 7천달러의 운송료를 내야한다.  물류비 부담은 곧 시장이 있는 곳에 생산라인을 가동, 현지에 맞는 제품을 판매한다는 백색가전의 세계화전략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이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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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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