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첨단기업 유망 중기 투자 러시

◎전문 투자회사 설립 벤처기업 키우기 나서/경영진 기업경험 많아 실무진과 ‘손발척척’미국의 재력있는 기업가들, 특히 첨단산업분야의 백만장자 기업가군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이들 베테랑 기업가들이 차세대 유망 중소첨단기업에 자금젖줄역할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갓 창업한 중소기업에 비공식적으로 자금지원을 하는 이른바 「천사」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기업들은 아예 투자회사를 설립해 본격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선배기업가의 자금지원은 커녕 고리로도 돈을 구할 수 없어 도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우리나라의 중소업계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 대표적 예가 지난해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설립된 투자회사 「시플 맥도날드」. 시플 맥도날드는 첨단기술분야의 기업에 종사하는 20여명의 경영진과 기업가들로부터 6백만달러의 첫 펀드를 모집했으며 내년 초 두번째 펀드를 계획하고 있다. 수십년전 인포믹스 소프트웨어라는 벤처기업을 창업, 현재 실리콘 밸리 백만장자인 로저 시플이 바로 이 투자회사 사장이다. 『인포믹스 설립시 아무도 창업자금을 대려 하지않았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시플이 이젠 자금 공급자의 위치에 선 셈이다. 과거 플래티넘 테크놀로지를 창업해 현재 백만장자 기업가가 돼 있는 앤드루 필리포위스키가 시작한 투자회사인 「플래티넘」은 92년 설립된 이래 5천8백만달러를 모집해 21개 유망중소기업에 자금을 대왔다. 기업상장 건수에 있어서도 기존 투자회사를 능가한다. 올들어 플래티넘은 5개 기업을 상장시킨 반면 지난 69년 설립된 「패트리코프」투자회사는 4개에 그쳤다. 백만장자 기업가의 투자회사들이 상장시킨 기업들의 실적도 두드러진다. 일례로 「허머 윈드발드」 투자회사가 지난해 상장시킨 3개 기업의 주가는 1백11%가 뛴 반면 지난해 공개된 투자회사지원 기업들의 주가는 평균 53% 상승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지난 8월 미최대 전화회사인 AT&T의 사장으로 있던 알렉스 맨들씨(52)가 어소시에이티드 커뮤니케이션사라는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같은 첨단 창업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물결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한다. 맨들씨는 당시 회사를 옮기면서 『새로운 통신분야를 개척해보고 싶은 욕구를 억제할 수 없었다』면서 『어소시에이티드 그룹이 나에게 성공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제의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첨단중소기업 지원열풍이 불고있는 것은 무엇보다 기존의 전문 투자회사와는 달리 투자회사 사장들이 과거 첨단기업의 경영경험이 있는 베테랑 기업가들이기 때문. 창업 기업가들은 그동안 투자회사들이 첨단기업에 대한 지분을 필요 이상으로 요구하고 창업자를 갈아 치우는 등 경영갈등을 빚어냈다고 성토해왔다. 그러나 기업경영 경험이 있는 사업가들이 직접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에 뛰어들면서 이들 투자회사들이 실무 경영진과의 동화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허머 윈블라드 투자회사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은 소프트웨어회사인 인트린사의 창업자 존 핀커스는 투자회사의 충고에 대해 『경험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귀를 기울입니다』고 말한다. 실제 핀커스는 시장상황을 우려해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춤하고 있을때 허머 윈블라드 사장이면서 과거 중소기업 경영가이기도 했던 윈블라드씨의 조언으로 과감한 선택을 내릴 수 있었다.<이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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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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