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0월 7일] 국립의료원 옛 명성 찾으려면

국가가 운영하는 유일한 ‘3차 종합전문 진료기관’이지만 시설 및 장비의 심각한 노후화로 인해 ‘시대에 뒤쳐진 낙후된 병원’이라는 지적을 들어온 ‘국립의료원의 특수법인화’에 대한 논의가 이명박 정부에서 처음으로 제기됐다. 과거 60~70년대 우리나라 최고의 선진의료기관으로 명성을 날리던 국립의료원이 ‘국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것은 국립의료원이 장기이식관리센터와 중앙응급의료센터 등 국가 중요 보건의료정책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의료계에서 그 위상과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돼 옛 명성은 그야말로 추억 속에서나 존재하는 그러한 의료기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에는 지금의 서울대병원이나 국립대 병원들도 현재의 국립의료원같이 정부조직의 하나였다. 하지만 민간의료기관과 비교해 생산성이 낮고 경직된 인사ㆍ조직제도와 자율성 없는 재정ㆍ회계 구조로 인해 갈수록 경쟁력이 약화돼 결국에는 법인화 조치를 단행했던 것이다. 법인화 과정을 거친 이들 병원들은 현재 공통적으로 재정운영의 자율성이 확대돼 효율성이 증대했고 이를 통해 서비스의 질적 수준 향상과 환자수 증가라는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재정자립도 또한 향상시킬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법인화 과정을 거쳐 비로소 민간 대형병원과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 위상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국립의료원도 서울대병원이나 국립대 병원처럼 공익법인화라는 과정을 거쳐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병원경영의 선순환(virtuous cycle)을 이루기 위해서는 의료진에 대한 매력적인 보상 및 진료ㆍ연구 환경을 구축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이 수준 높은 진료ㆍ연구를 수행해 환자들과 동료 의사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더욱 많은 환자가 병원을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립의료원은 아주 열악한 보상과 진료ㆍ연구 환경에 허덕이고 있다. 의료장비의 노후화 비율은 지난 2007년 말 현재 46%에 달하고 PETㆍGamma-KnifeㆍCyber-Knife 등의 첨단 의료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또한 전문의에 대한 보수 수준도 타 특수법인 또는 국립대 병원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고 보니 의사 결원율도 10% 수준으로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립의료원에 국가가 상당한 투자를 하거나 그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경영여건을 제공해야만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익법인화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공익법인화는 경영의 책임성을 강화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우수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을 제공해 진료와 연구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보다 고객지향적인 진료와 경영을 지향하도록 유도할 것이고 제반 투자를 위해 필요한 자본 조달의 유연성도 강화시켜줄 것이다. 물론 공익법인화에 대한 조직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앞으로 정말 중요할 것이고 법인화 이후 공공성이 취약해지는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 장기이식관리사업ㆍ중앙응급의료관리사업 등은 공익법인으로의 이관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립의료원은 ‘국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내 최고 수준의 병원을 지향할 뿐 아니라 ‘공공의료체계의 중심기관’ ‘국가 표준의료 제시기관’으로서 사회적 역할과 책무를 다해야만 한다. 이제 국립의료원이 공공의료의 질적 향상을 획기적으로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것으로 보이는 ‘공익법인화’에 대해 정부와 의료원 구성원, 관계기관 모두가 공동의 노력과 고민을 거쳐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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