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유통업체들이 울상을 지을 정도로 내수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수출만이 독야청청이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간 탓에 반사적인 영향으로 올 하반기부터는 증가율이 다소 꺾일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하지만 8월에도 수출은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쾌주를 이어갔다.
하지만 8월 수출입 현황을 잘 살펴보면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수입이 둔화되면서 무역수지 흑자기조가 이어졌지만 자본재수입이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기업의 투자의욕이 크게 꺾였다는 뜻으로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수출은 의외의 선전, 수입은 예상밖 부진=당초 8월 수출은 화물연대 운송거부,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한자리수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가 해외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 데다 반도체, 가전제품 등도 여기에 가세해 공신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았다. 보통 한달 평균 4억달러에 달했던 기아차의 수출이 8월에는 3억 달러에도 못 미쳤다. 특히 자동차 수출감소는 대미수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8월중 대미수출은 작년동기에 비해 5.2% 줄어 7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입은 두 자릿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5.4% 늘어나는데 그쳤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부진한 탓에 자본재 수입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제조용장비(30.3%), 자동차부품(10.1%) 등의 수입이 크게 위축됐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무역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건 환영할 만하지만 수입의 내용이 좋지 않아 성장잠재력 확충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환율 움직임, 수출의 최대 변수=수출호조에 힘입어 일단 무역수지도 당분간 흑자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무역수지 흑자는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환율 하락은 노동시장 불안과 함께 수출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자부는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의 영향이 가시화되는 데다 원화환율의 절상 압력이 가중됨에 따라 수출증가율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크게 출렁이고 있는 원화환율 움직임은 수출에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산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최근의 원화환율 하락에 따른 영향은 앞으로 1~2개월후 가시화된다”며 “환율하락 영향이 가시화될 경우 국내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은 물론 무역수지에도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