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유럽의 무슬림

일년 전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의 도시에서는 무슬림(이슬람 교도)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그들은 프랑스 인구의 8%를 차지하며 실업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었다. 일년이 지난 지금도 프랑스뿐 아니라 서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무슬림들은 소외당하고 있고 폭력성을 더욱 심하게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 경찰은 파리 교외에서 일상화된 인티파다(무슬림의 민중 봉기)에 직면했다. 무슬림의 폭력 사건은 올 상반기에만 2,500건이 접수됐고 점점 더 조직화하고 있다. 지난주 무슬림 청년들이 파리 근교에서 버스를 세워 승객들을 내리게 한 뒤 불을 지르는가 하면 이에 대응하려던 소방관들을 돌로 공격했다. 영국에서도 지난해 7ㆍ7 런던 테러 이후 올해도 항공기 테러 모의 사건이 적발됐고, 독일에서는 2명의 레바논계 청년들이 열차 폭탄 테러를 기획한 혐의로 체포됐다. 최근 유럽에서는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내용의 독일 출신 교황의 발언과 모차르트 오페라 공연 계획 등으로 촉발된 무슬림들의 분노가 폭력 사태로 비화하고 있다. 유럽인들은 폭력을 수반하는 이슬람 근본주의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떠가고 있다. 그러나 유럽 정부와 언론, 정치지도자들은 이에 직접 도전하기보다는 우회적인 대응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더욱 문제는 그들이 무슬림 대중의 소외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영국의 잭 스트로 전 외무장관은 자기 사무실을 방문하는 이슬람 여성들은 의사소통이 불편하니 머릿수건(히잡)을 벗어던지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히잡이 영국 내 정치인과 무슬림의 의사소통을 방해한다는 것도 인정하기 어렵지만 스트로 전 장관이 시크교 교도의 터번이나 정통 유대교인의 의상도 문제 삼을 것이라고 보기는 더더욱 어렵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부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히잡은 인종 분리의 원인도 아니며 테러리즘과도 관련이 없다. 이슬람 전통에 대한 공인들의 공격이 오히려 무슬림에 대한 차별을 강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유럽의 무슬림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사회의 법과 질서를 지키면서 자유와 평등을 누릴 권리가 있다. 무슬림들이 겪고 있는 교육과 취업 등에서의 차별을 줄이기 위해 정치인들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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