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건설 매각 MOU] '장자의 숙원' 푼 MK

"10년뒤 매출 55조 거대 건설사로"<br>■현대차그룹의 미래 구상은


자동차·철강 이어 건설부문
3대 핵심 성장 축으로 육성
2020년까지 10조원 투자
32만명 새 일자리 창출 계획 "후계 구도 포석"등 각종 의혹
불식 안되면 여론 후폭풍 우려
지난 5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렸던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대건설 인수는 채권단과 협의해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짤막한 답변을 하면서도 그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인수합병(M&A) 성공에 대한 기쁨이 가득 묻어나는 듯했다. 채권단이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현대차그룹의 인수작업이 시작됐다. 정 회장의 숙원이 우여곡절 끝에 풀린 셈이다. 정 회장은 당초 현대건설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수년 전부터 현대건설 매각 얘기가 돌 때마다 "자동차산업에 매진하겠다"고만 되풀이했었다. 그러던 그가 기아차와 한보철강에 이어 현대건설을 새로운 M&A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장자인 자신이 더욱 성장시켜보겠다는 바람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는 자동차사업이 국내외에서 승승장구하며 쌓인 풍부한 자금이 밑바탕이 됐다. 그룹 전체로 10조원을 웃도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것은 "현대차가 획기적인 마케팅과 품질, 고객만족도 개선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으나 40억달러에 달하는 현대건설 인수 추진은 이러한 추진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파이낸셜 타임즈)" "감정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 입찰에 계속 참여하려면 대형 건설사 인수가 왜 필요한지 주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월스트리트저널)"라는 등의 외부 지적까지 무시할 수 있었다. 정 회장은 인수전이 본격화됐을 무렵 측근들에게 "(현대건설을) 꼭 다시 가져오라"고 주문했고 그의 꿈은 결국 현실로 이어지게 됐다. 부실기업을 정상화시킨 그동안의 경영 능력도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야심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그는 적자투성이의 기아차를 인수해 세계 시장에서 주목 받는 완성차 메이커로 성장시키고 한보철강을 통해 일관제철의 염원을 이뤘다. 따라서 현대건설을 품에 넣은 정 회장이 그룹의 미래를 어떻게 구상할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10년 후 현대건설을 매출 55조원의 거대 건설회사로 성장시킨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현대건설 인수 이후 10년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이 청사진에는 기존 자동차ㆍ철강에 이어 건설을 그룹의 미래 3대 핵심 성장축으로 삼아 현대건설을 오는 2020년 수주 120조원, 매출 55조원의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을 주내용으로 담고 있다. 2009년 매출규모가 9조3,000억원이었던 현대건설의 기업규모를 10년 안에 5배 이상 키우겠다는 과감한 계획이다. 이에 대한 외부의 기대도 크다. 또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청사진에 대해 "무모한 목표"라는 비난도 들리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된 기업들이 얼마 안 가 어떤 성공을 이뤄냈는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2020년까지 현대건설에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현대건설 인수가 사실로 굳어지자 "올해 그룹 전체 투자 규모가 12조원에서 더 늘어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주요 투자 부문은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신재생 에너지 개발, 건설장비 구매, 환경 및 민자 발전ㆍ담수화 사업, R&D 투자, 엔지니어링 전문학교 설립(인재육성) 등이다. 여기에 현재 9만여명인 현대건설 직ㆍ간접 고용 인력을 2020년 41만명으로 늘려 32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는 청년실업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존 자동차·철강에 더해 건설(종합 엔지니어링)을 그룹의 3대 핵심 성장축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녹색성장을 위해 건설 부문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통 분야(전기차·하이브리드차)에서 친환경차 개발, 건설 분야(그린시티ㆍ친환경빌딩ㆍ원전 건설 능력)를 확보해 '에코 밸류 체인'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장밋빛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점도 적지 않다. M&A 성공으로 얻게 된 현대상선 지분을 '어떻게 활용할까'하는 세간의 관심과 '현대건설 인수는 후계 구도를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만약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와 함께 이 같은 의혹을 이른 시일 내에 불식시키지 않으면 여론의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 이후 현대건설의 성장전략도 중요하지만 세간에 돌고 있는 의혹들을 불식시키는 것도 현대차그룹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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