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심리를 가장 잘 공략한 상품을 꼽으라면 TV 드라마를 빼놓을 수 없다. 별 다를 게 없는 진부한 주제라 하더라도 예쁘게 '꽃 단장'을 해 놓은 뒤 안방 극장에 올리면 기가 막히게 먹혀 든다. 모든 드라마가 시청자 눈길을 사로 잡는 건 아니다. 최소한 그 시대 대중 심리 코드를 제대로 읽어 내는 센스는 필수. 프랑스 심리학자 클로테르 라파이유가 쓴 '컬처코드'란 책에서 말했듯 드러난 대중 심리 이면에 감춰진 집단 무의식 즉 '문화 코드'를 간파해야 한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성공 요인이야 한둘이 아니겠지만 그 중엔 자신이 갖지 못한 '업 타운 걸'의 사생활 훔쳐보기의 욕망도 담겨져 있다. 뉴욕에 산다고 다 '섹스 앤 더 시티' 주인공 '캐리'와 같은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는 건 아니다. 그래서 '뉴욕커'라면서 뜨는 레스토랑에 일년에 한번 가기 힘든 대부분 여자들에게 섹스 앤 더 시티의 흡인력 강도는 오히려 더 높아진다. 최근 우리 출판 시장의 문화코드는 바로 '20~30대 여성'이다. 요즘 서점에서 자기 돈 들여 책 사는 사람은 20~30대 여자들이라고 한다. 그러니 여자들을 겨냥한 자기 계발서가 우후죽순 터져 나오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TV 드라마에서 알 수 있듯 쏟아져 나오는 여성 자기 계발서가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여성 문화 코드를 간파해야 한다.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와 '여자생활백서'에 담긴 문화코드는 무엇일까. 성공한 여자들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호기심을 빼놓을 수 없다. 신데렐라 신화에 대한 반기도 있다. 계층 간 벽이 두터워진 탓에 잘난 남자 만나 일순간에 팔자 고치기는 더 이상 힘들어졌다. 그러니 '여자의 성공 여자 스스로 알아서 하자'는 여자들의 조언이 금쪽 같게 여겨진다. 여기에 요즘 여자들 사는 이야기에서 소외될 수 없다는 대중 심리도 한몫하고 있다. 두 책 모두 부담 없이 술술 읽혀지고 인기 드라마만큼 재미 있다. TV 드라마에 무슨 교훈이 있겠냐고 '툴툴' 대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 걸 보고 인생이 바뀌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