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손절매 타이밍 놓쳤다" 한숨만…

■ 증시 '패닉'… 펀드시장 투자자 동향<br>환매요청 없고 간혹 저가 추가매수 문의만<br>"섣부른 환매 위험…심리적위축 해소가 관건"<br>자원국·생산국등 중심 포트폴리오 조정 필요


“들으실 얘기가 뭐 있겠습니까. 보시는 그대로죠.” 장 중 한때 70포인트 넘게 코스피지수가 빠진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 증권사 영업부. 객장에 들른 10여명 남짓한 투자자들은 멍하니 시황판만 바라보고 있었다. 분위기를 듣고자 영업부 이사를 찾아가자 “침울하다는 말 말고 뭘 더 얘기하겠냐”며 굳은 표정으로 황급히 자리를 떴다. 바닥을 찍을 줄 알았던 지수가 한때 1,500선까지 위협하며 폭락하자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일선 영업점 창구에서는 “많은 투자자들이 손절매 타이밍을 놓쳐 환매 문의전화조차 걸려오지 않는다”며 불안해 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가장 큰 악재인 심리적 위축이 언제까지 갈지가 현 장세 전환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손절매 타이밍 놓쳤다’=외국인 매도 공새가 22거래일째 이어지며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4월20일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자 시장엔 냉랭함만이 감돌았다. 박용효 한국투자증권 압구정지점장은 “투자자들도 이젠 지친 것 같다”며 “특이할 만한 펀드 환매요청은 없고 저가 추가매수에 들어가도 되겠냐는 문의가 간혹 오긴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숙철 동양종금증권 삼성역지점장은 “객장에선 별다른 일이 없었지만 투자자들 마음고생이야 말해 뭣하겠는가”라며 “지금으로선 뺄 생각을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식형 펀드의 손실은 생각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별다른 펀드 환매가 이뤄지지 않은 마당에 지수가 연중 최저치까지 밀렸기 때문에 대부분 투자자들은 현 하락장의 수익률 하락을 그대로 떠안게 됐다. 여기에 최근 바닥권이란 인식하에 저가매수세로 들어온 17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형펀드 순유입세는 지수 하락을 막아내지 못한 채 외국인 매도세를 받아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여기에 지수 1,600포인트 이하로 내려가면서 일부 대형 펀드판매사를 중심으로 100억원 이내의 소규모 펀드환매가 서서히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난 것도 시장의 어두운 측면이다. ◇‘섣부른 환매는 오히려 위험’=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사실상 ‘패닉’으로 빠져든 만큼 새로운 전략을 쓸 수 있는 타이밍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일단 현 장세를 감내하면서 시장의 심리적 위축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시점에서 포트폴리오의 일부 변화를 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리서치연구원은 “지역과 업종ㆍ종목을 막론하고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선 사실 뾰족한 수를 찾긴 힘들다”며 “그렇다고 시장이 나쁘다고 섣부른 환매에 나서는 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당분간 자금 유입규모는 둔화되겠지만 그렇다고 펀드런을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용규 미래에셋증권 상품기획팀장은 “신규로 진입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무릎에서 산다는 생각이라면 가격 부담은 없겠지만 바닥에서 사겠다는 생각이라면 불확실성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섣부른 대규모 저가매수는 손해를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지금 상황에선 떨어진 수익률을 확정 짓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단기간 내 현 장세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환매할 타이밍은 절대 아니다”라며 “급하게 주가가 떨어진 만큼 하반기 중엔 지금보다 높은 가격으로 환매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밝힌 하반기 펀드투자전략에서 고유가가 계속될 장세에선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는 몇 가지 투자포인트를 통한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자원국과 생산국으로, 주변국보다는 핵심국가로 포트폴리오를 정리할 필요가 있으며 신규로 확보된 현금이 있다면 서두르지 말고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시장에 꾸준히 저가 분할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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