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전으로 멈춰 선 여수 유화단지 갔더니···<중>] 직원들 "눈코 뜰새 없어요"

라인 점검… 주민 달래기… <br>여천NCC "임시 전력선 구축등 지금이 가장 바빠"<br>한화석화는 휴일없이 3조 3교대로 가동상황 체크<br>주민들도 "불안해서 못살겠다" 연일 항의 어수선


“(전기가 다시 들어오는) 지금부터 48시간 동안이 가장 바쁩니다.”(여천NCC 3공장 근로자) 여수 국가산업단지에서 지난 3일과 6일 발생한 정전은 생산현장의 사람들을 눈코 뜰 새 없는 작업의 현장으로 내몰고 있었다. 두 차례의 정전으로 여천NCC 1ㆍ2공장은 60%, 한화석화 공장은 70%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 생산공정의 일부가 멈췄지만 직원들은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보다 더 바빠졌다. 여천NCC는 2차 정전 피해로 망가진 전력 공급선이 복구되지 않아 한화석유화학 내에 있는 변압기 한 곳을 따 3공장에 대한 별도의 임시 공급선 구축에 나섰다. 작업이 지연돼 사흘이 넘게 걸렸다. 10일 오전 때마침 함께 있던 현장 직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전화를 받고 나서 “3공장에 전력이 들어오기 시작했답니다”라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석유화학 공정은 공장이 한번 멈춰서면 파이프라인을 타고 생산공정으로 이동하던 원재료와 중간제품들을 모두 강제로 배출해 연소시켜야 한다. 이는 원재료가 그대로 생산공정에서 굳어지면 생산시설 자체를 못쓰게 만들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떡 방앗간으로 치자면 기계를 멈춘 뒤 말랑말랑한 떡이 굳어버리기 전에 모두 기계에서 빼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파이프라인에 걸려 있는 원재료를 제거했다고 해서 공장이 바로 가동되는 것은 아니다. 여천NCC의 한 관계자는 “일반 공장과는 달리 석유화학 공장은 정전이 복구돼 전기가 다시 들어와도 원재료 등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찌꺼기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공장 재가동 준비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직원들로서는 이때부터 48시간 동안이 가장 바쁜 시간이다. 지난 10일 현장에서 만난 한화석화 직원들도 극도의 긴장감 속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생산직원들은 원래 4조 3교대제로 근무하지만 정전 이후 일부 공정에서는 휴무 없이 3조 3교대 근무로 바꿔 생산라인 점검에 나섰다. 이날 아침 공단 옆 식당에서 만난 한화석화 ‘나이트(심야)조’ 직원들은 “방금 전까지 공장을 점검하고 왔다”며 누렇게 뜬 얼굴로 말없이 국밥을 먹었다. 기술자들 외에 사무직 요원들도 전원 휴일조차 잊은 채 전력 회복 및 공장 가동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단지 인근의 주민들을 달래는 작업도 만만찮다. 정전으로 원재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굉음과 검은 연기가 발생하자 주민들이 해당 공장으로 몰려와 “도대체 불안해서 못 견디겠다. 공장이 안전하기는 한 것이냐”며 연일 항의하는 통에 공장 주위는 어수선하기만 하다. 석유화학업체들로서는 정부와 한전도 신경을 써야 하고 주민들도 안심시켜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 속에서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여수산단은 외형적으로는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해당 업체 직원들이 휴일도 반납한 채 분주한 복구작업을 한 덕분이다. 여수산단의 한 유화업체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40년 전부터 ‘우리가 국가의 에너지 및 화학 관련 제조업을 돌아가게 하는 중추’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전력 등 외부적인 변수에 신경 쓰지 않고 생산 업무에 몰두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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