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누가 朴을 사지로 내모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해 8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앞으로 검증의 ‘검’자도 꺼내지 말라”고 선거캠프에 지시한 적이 있다. 당시 측근 의원들이 박 전 대표 자택을 찾아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캠프)들이 일 못합니다”라고 말해 박 전 대표의 의지를 꺾었다. 그 결과 박 전 대표는 경선에서 졌다. 며칠 뒤 경선 당일, 패색이 짙자 최병렬 전 대표ㆍ홍사덕 전 총무 등 참모들이 긴급회의를 열어 ‘아름다운 승복’을 강조했다. 그런데 실제 승복 원고에는 일부 측근들의 고집으로 ‘백의종군’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이는 이명박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직 거부를 의미했고 박 전 대표는 끝내 이 후보를 적극 돕지 않았다. ‘덜 아름다운 승복’이 돼버린 것이다. 지난달 29일 박 전 대표와 만나 공천 얘기를 하며 “대표님, 이 상태로는 (5년 뒤) 다음 경선에서도 못 이깁니다”라고 한 이들이 있었다. 이 같은 압박은 지난 10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하겠다”는 박 전 대표의 공천 투쟁 발언으로 이어져 새 정부의 총리직이 물 건너가게 생겼다. 측근들은 항상 틀렸다. 계파 이익을 앞세워 ‘보스’를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 국무총리를 맡으면 최대 약점인 ‘국정 운영경험’을 쌓을 수 있고 이는 5년 뒤 대선에서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반면 잃을 것은 별로 없다. 누구는 ‘원내 세력’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원내에 세력이 있어서 대통령에 당선됐는가. 국민과 시대가 원하는 지도자로 평가되면 계보 하지 말라고 말려도 의원들이 알아서 그쪽으로 간다. 냉정하게, 원내 세력을 일부 잃는다면 박 전 대표의 손해가 아니라 그 원내 세력의 손해일 뿐이다. 그러면 총리를 거부하고 당에 남는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없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이긴다고 한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탓이지 박 전 대표의 공이겠는가. 계보 의원들을 챙긴들 막상 공천과 총선이 끝나면 이들이 다음 대선에서도 박 전 대표를 지원할까. 총리 기회가 날아가고 ‘계보 정치’ 꼬리표만 남을 뿐이다. 박 전 대표는 16일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자격으로 중국으로 출국했다. 박 전 대표는 중국에서 이 당선인이 언급한 ‘외교형 총리’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특사 수락조차 반대했던 그의 측근들은 이 시점에서 한발 물러서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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