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케인스주의로 치닫는 美정책

경기 부양을 위해 감세나 공공지출 확대 등의 정책을 펴는 케인스학파에서 보면 현재 미국의 대통령ㆍ재무장관ㆍ의회와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 의장은 모두 케인스학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지금은 케인스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제는 FRB가 수요를 조절하는 시대다. 부시 행정부는 의회에 추가 감세와 600억~750억달러에 달하는 공공지출 확대를 승인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이미 발표된 지출 확대를 합하면 올해 추가 재정지출은 1,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를 상회하는 수치다. 세부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곧 시행될 소득세 감면과 기업의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 실직자들을 위한 추가 사회보장 지출은 사상 최대 규모의 지원이다. 미국 내에서 이런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기준이 없는 감세와 지출 확대는 일반적으로 효과가 없거나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기부양이 영원하다면, 감세나 지출 확대가 영원히 지속된다면 정부 예산은 바닥날 것이다. 반면 일시적인 감세 정책은 개인들이 환급받은 세금이 다시 세금으로 환수될 것을 우려, 이를 소비하지 않고 그냥 저축하기 때문에 종종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시적인 재정정책이 수요를 진작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해도 이 정책이 끝난 후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정부는 대신 국가재정 상태가 균형이 잡혀 견고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또 경기침체 상태에서 자동적으로 세수가 줄어들고 공공 지출이 확대되는 안정 장치가 자연스럽게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 GDP의 1%에 달하는 재정지출이 미 정부의 유동성 위기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재정정책이 이미 시작된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과 함께 장기간 지속된다면 미국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했듯이 재정적자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미국 정책입안자들은 재정지출을 어떤 분야에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들은 국민에게 되돌아간 돈이 다시 빨리 소비돼야지 지방의 선심성 개발 보조금 등으로 낭비되지 않게끔 해야 할 것이다. 미 행정부는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현재 미국의 재정상태는 건전하며 무엇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과 현재 경제 상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정책이 매우 가치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공격적인 재정정책은 통화정책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만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그 시점이 아니다. FRB는 아직 통화정책을 펼칠 여지를 가지고 있으며 조만간 행동을 취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10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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