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대체(大體)와 견대(見大)
정구영 부동산부 차장
정구영 부동산부 차장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사회적 불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각종 후유증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사실 수도이전은 처음부터 무리수였다는 평가가 많다. 5년 임기의 정권이 600년 수도를 옮기는 대역사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고 개혁의 핵심 프로젝트로 포장은 됐지만 정치적 이해득실의 산물이라는 시각도 많다. 물론 이와 상반되는 견해도 있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의 명분인 지역균형발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국민의 반응 역시 지역간 불균형보다 계층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금의 우리 경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헌재 판결을 둘러싼 정쟁과 갈등의 지속은 스스로 국력을 갉아먹는 자해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억울하고 불만스럽더라도 대체(大體), 즉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정부는 가라앉은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전제로 한 ‘한국판 뉴딜 정책’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새판을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부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판 뉴딜 정책의 내용 보강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정책 선택의 폭이 좁아진 정부로서는 충분히 유혹을 느낄만한 주문이다.
하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집착해 미래 부가가치 창출력이 떨어지는 건설 부문에 국가의 예산을 쏟아붓는 정책은 자칫 언 발에 우줌 누기가 될 공산이 크다. 10년 불황을 탈출하기 위해 수출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돈과 예산을 건설 부문에 투입했지만 결과적으로 경기침체의 골만 깊어진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일 박승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경제 전문가들이 일본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제로 금리의 폐해를 답습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마디로 반짝 효과를 겨냥한 건설경기 부양보다는 산업구조를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행시키는 구조조정 등 보다 넓고 길게 보는 견대(見大)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려울수록 그리고 바쁠수록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화두다.
gychung@sed.co.kr
입력시간 : 2004-10-24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