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지배적 사업자와 결합상품

정보통신부가 최근 들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진대제 전 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은 노준형 장관의 지휘 아래 새로운 정책 수립에 여념이 없다. 노 장관은 통신서비스산업의 활성화와 소비자의 이익 증진을 중요한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지금까지는 금지돼왔던 지배적사업자의 ‘결합 상품’ 허용에 대한 견해가 눈길을 끈다. 현행 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시내전화ㆍ이동전화ㆍ초고속인터넷 등의 분야에서 지배적사업자(KTㆍSK텔레콤 등)는 여러 서비스를 결합해 할인된 가격에 판매할 수 없다. 특정 분야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사업자가 시장 약탈적 가격을 통해 다른 분야로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제 통신시장은 유선과 무선, 통신과 방송 등 각종 서비스의 결합 없이는 기업의 생존 및 성장뿐 아니라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를 보장할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시대의 흐름에 맞도록 ‘선(先)출시 후(後)규제’라는 정책 운영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시내전화의 예를 보면 아이러니다. 지배적사업자인 KT가 전체 가입자의 90%를 확보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지배적사업자에 대한 결합 상품 금지로 인해 시내전화 가입자의 90%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초고속인터넷 역시 KT가 전체 가입자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가입자 절반이 결합상품에 따른 가격 혜택의 접근이 불가능한 셈이다. 다행히 최근 정통부 내부에서도 지배적사업자의 결합 상품 허용을 비롯한 규제 완화 조치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규제 완화를 위해 시작한 제도 개선 역시 또 다른 사전 규제를 내세워 사실상 결합 상품의 출시를 막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컨버전스(Convergence)는 선ㆍ후발 사업자를 가리지 않는 시대의 큰 흐름이다. 따라서 이를 일정한 틀 내에서 잘 활용한다면 산업의 활성화와 소비자 편익 극대화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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