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잇단 게이트와 '反기업인' 정서

요즘 검찰 출입 기자들은 정신이 없다. 정관계 인허가 로비 의혹인 ‘김재록 게이트’부터 정부의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 현대차 비자금 사건, 현대산업개발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비리 혐의들이 쏟아져나온다. 이들 사건이 검찰 수사 중이라 아직 실체적 진실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하나 둘 정관계, 재계 고위인사의 수상한 행적과 의혹들이 터져나오면서 국민들은 실망과 분노감에 휩싸여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말이 있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는 단어로 지도층은 불법 행위를 해서는 안되는 것은 물론 도덕적 지탄을 받을 행동도 삼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IMF 사태 당시 대기업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 매물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던, 김재록(구속)씨가 한국 지사장으로 있던 아더앤더슨컨설팅사에 김진표 부총리, 강봉균 여당 정책위의장 등 정관계 인사의 자제들이 줄줄이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은 아니지만 김씨가 고위 당국자를 상대로 취직 뇌물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감사원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불법매각 혐의로 변양호 전 재경부 국장, 김석동 전 금감원 국장 등 당시 정부 책임자를 불러 조사했다. 그런가 하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진승현 게이트의 주인공 진승현(구속)씨와 짜고 회사 소유의 고려산업개발(현 두산산업개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주인수권 편법 매각을 통해 56억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정 회장은 BW 거래 대가로 진씨에게 15억원을 전달한 사실이 검찰 계좌 추적에서 밝혀졌다. 정 회장 측은 문제의 56억원을 해외에 이민간 현대산업개발 측의 전 상무가 갖고 달아났다고 변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또 99년 신세기통신 주식을 장외에서 수백만주 매매해 수백억원의 차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고 주식 매입자금의 출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동안 정 회장을 포함한 재벌 2세 몇몇이 신세기통신 매매를 통해 수천억원의 이득을 봤다는 소문 중 일부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재계는 툭하면 반기업 정서가 문제라고 하지만 반기업 정서는 없다. 반기업인 정서가 확대 재생산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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