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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시를 지어보자


공자께서 하루는 제자들에게 “너희들은 어떻게 시를 배우지 않느냐(小子何莫學夫詩)”고 나무라듯 말했다. 제자들도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고 외우고 전하는 공부를 했겠지만 시 공부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자는 시를 배우면 좋은 점을 친절하게도 몇 가지로 나눠 지적해줬다. 첫째, ‘시는 감흥을 자아낼 수 있다(詩可以興)’고 해 시를 공부하면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감성을 자극해 흥취를 자아낼 수 있다고 했다. 둘째, ‘살필 수 있다(可以觀)’고 해 자연의 순리나 인간의 희노애락 등 자연 사물의 이치를 잘 살필 수 있다고 했다. 셋째, ‘무리를 이룰 수 있다(可以群)’고 해 서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다. 넷째, ‘원망할 수 있다(可以怨)’고 해 시를 통해 마음에 쌓인 원망을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감정 순화 선악ㆍ시비 가릴 능력 생겨

다시 말하면 흥이란 잠재된 감정을 흥기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시를 짓고 읊는 동안에 사람의 마음에 아름다운 감흥을 일으켜 시 속에 푹 빠질 수 있어 감정이 순화되고 인간을 계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감정이 순화되면 선악과 시비를 가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며 자연의 순리를 잘 살펴야 이치에 어긋나지 않게 시를 지을 수 있다. 만약 자연사물을 주제로 시를 읊는다면 그 현상과 순리를 알아야 할 것이다. 봄에 피는 꽃과 가을에 피는 꽃을 혼동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 시가 되기에 잘 살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동식물 등 조수초목(鳥獸草木)의 이름과 각종 물명(物名)을 많이 알게 되고 기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백성들의 삶과 생각을 시에 반영해 시를 읊으면서 그들을 살필 수도 있다. 공자가 말하는 시 공부는 시 속에 나타난 백성들의 민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미리 알아 정사에 반영하는 기능이 있었던 것이다. 시에는 백성들의 입장에서 실정(失政)에 의해 일어난 여러 가지 사태를 위정자들에게 은유법을 써서 완곡하게 풍자해 깨닫게 할 수도 있고 백성들의 억울하고 원한에 사무친 심정을 발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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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의 효능은 무리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시를 통해 상호 간의 이해가 깊어지면 희노애락을 함께 할 수 있다. 서로의 생각을 깊이 이해하고 생각을 같이 해 나만이 아닌 우리로서의 공동체사회를 이루는 것을 기본개념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효능만이 아니라 시를 짓다 보면 부모를 섬길 줄 알고(事父) 임금을 섬길 줄 알며(事君), 자신을 수양하고 집안을 다스리며(修身齊家),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治國平天下)고 했다.

시ㆍ글씨ㆍ그림과 친근해지는 교육을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강조할 만큼 시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한시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선조들의 속 깊은 유희로 가슴속의 애환으로 함께 했다. 시에는 인간 삶의 모든 것,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내포돼 있기 때문에 좋은 시를 읽고 직접 지어본다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되고 삶의 참된 의미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예로부터 시서화(詩書畵) 삼절(三絶ㆍ세 가지 모두 높은 경지에 이름)을 지식인의 최고 덕목으로 삼았다. 오늘날 서화에는 대부분 관심을 가지고 선호하는 데 반해 한시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 줄어들어 시서화 삼절이라는 덕목이 사라졌다. 이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영어로 관심이 쏠리면서 한자를 도외시하는 근시안적인 교육정책 등이 원인일 것이다. 자작 한시의 불씨마저 사라지기 전에 관심을 당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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