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박용성 회장 일문일답>

두산그룹 회장을 맡게된 박용성 회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회장 선임배경 등을 설명했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주요 일문일답 내용. 회장 선임은 갑자기 결정된 것인가. ▲ 어제 명예회장이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올라갔다. 사실 회장을 맡는 문제는 연초부터 나왔다.그룹 창립기념일 8월 1일 맞춰서 회장을 맡으려고 했는데 가족회의를 거쳐 오늘 발표됐다. 박용오 회장이 96년 취임해 올해로 10년이 됐는데 어려운 과정에서 잘 했고 구조조정 착실히 해서 두산그룹이 살아났다. 박용오 회장은이제 70세다. 박용곤 명예회장은 65세 때 은퇴했는데 내 나이 65세고 이제 할 때가되지 않았느냐는 얘기가 쭉 있었다. 외환위기로 그룹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부터 그룹 실무에서 떨어져 있었고 2000년 상의 회장에 취임하며 실무에서 완전히 멀어졌지만 옛날에 했던 것이고 최근에 인수한 두산 인프라코어 등 신규사업이 관심이 많은 부분이어서 그룹 운영에 문제가없을 것이다. 내가 시시콜콜하게 하면 몸이 열개라도 못하겠지만 회장은 이사회에서큰 틀을 잡는 것이다. 9월 6일로 예정된 국제유도연맹 선거도 거의 대세가 결정돼한숨 놓았다 싶어 집안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두산그룹은 형제계승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가 있나. ▲ 두산의 형제계승은 사우디 왕가식이다. 한 세대가 쭉 한 다음에 장자로 넘어간다. 금호 아시아나도 그렇게 하고있다. 박용곤 명예회장 장남인 장손(박정원)이 43세다. 나하고는 20년 이상 차이난다. 그룹 실무는 박용만 부회장이 그대로 챙길 것이다. 박용만 부회장이 2010년 매출 100조원을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 (박 부회장이) 더위먹었나. 그것은 현실성 없는 얘기다. 금년 예상매출이 11조원이고 매출의 반이 해외매출이다. 96년 이전 사업들의 매출 비율이 현재 매출의13%에 불과하다. 두산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과거와는 확연히 틀리다.구조조정과정에서 먹고 마시는 것을 팔았다. 지금은 중후장대 산업으로 많이 왔다. 해외에 승부를 걸어야 하고 내가 가진 능력이 외국을 다룰 줄 아는 것이다. 집안에서 `그룹이 바뀌었으니까 바꿔서 계속 한번 해보자' 해서 맡았다. 내년 4월초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자산순위를 발표하면 10등으로 들어간다. 중후장대 사업에 중점을 둔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성장전략은 무엇인가. ▲ 중후장대 사업도 나름대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는 두산중공업이 세계에서 제일 싸게 제일 좋게 만들지만 원천기술이 없다. 그래서 중국이 발주를했는데 못 들어갔다.원천기술이 없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매우 뼈아프다. 발전 부품같은 것도 2008년까지 기술 독립하는데 생각보다 어렵다. 옛날에는 쉬운 기술이어서개발하기 쉬었으나 지금은 세계 최첨단 기술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 우리는 (핵심부품 개발에) 3번 실패했다.. 기술면에서는 세계 톱이 되고 코스트는 낮춰 선진국보다 5-10% 싸야 팔아먹을수 있다. 이는 나를 포함해서 한국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두산인프라코어 기술수준도 2-3년 정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렵다. 해외기업을 인수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 쉬운일이 아니다. (담수화설비 및 발전설비 등) 메이저 3개만 살아남고 마이너는 다 죽었다. 삼익악기가 영창악기를 인수할 당시 국내에서 점유율이 문제됐으나앞으로는 국내 점유율은 중요하지 않고 글로벌 점유율을 봐야한다. 합종연횡하지 않으면 다 죽기 때문에 그쪽으로 생각할 여유를 가져야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10년 뒤를 생각하면 식은땀 난다고 하는 데 지금은 잠깐 한눈 팔다가는 간다. 오비맥주도 시장점유율 70%까지 갔던 회사다. 지금도 왜 밀렸나를 생각해 보는 데 사장이나 누가 크게 잘못한 것은 없다. 다만 사소한 잘못이 몇개겹치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다리뻗고 잘 수 있는 경영자는 거의 없다. 두산인프라코어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결정적인 제품 개발을 몇개 놓쳤다고 하더라.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룹 회장으로서 특별한 입장이 있나. ▲ 그룹 회장이라는 것은 법적인 자리도 아니다. 상징적인 것이고 집안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우리나 금호의 박삼구 회장은 집안 대표이고 대주주의 대표로 보면된다. 공정거래법으로 혼날때만 그룹 회장으로 인정하지 뭐 법적인 권한이 있는게아니다. 두산은 계속 합의제로 갈 것이다. 4세대에 지분이 계속 넘어가고 있는데. ▲ 넘겨줄 것 넘겨주고 세금낼 것은 세금 냈다. 다 인간인데 뼈 빠지게 열심해해서 번 것을 자식에게 넘겨주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걸 죄악시하면 자본주의가 무너진다. 부의 사회환원 그런 헛소리 하다가는 자본주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물론 투명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소버린이 SK 주식 팔아 8천억원을 챙긴 것을 배아파할 것이 아니라 소버린이 주고 간 교훈을 생각해야 한다. 투명하지 않고지배구조 문제를 잘못했다가는 크게 당한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줬다. 법을 10개 만든 것이나 금융감독원이 한 것 이상이다. 앞으로는 그런 일 생기지 않을 것이다. 기업들이 다 투명하게 하려고 하고 주주들에게 약점 잡히지 않게 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추가로 인수하거나 합병할 기업이 있나. ▲ 또 있으면 먹어야지. 진로 (인수)하려다 못했다. 인프라코어를 인수할 때 은행에서 돈을 꾸는데 서로 꿔주려고 압력이 들어왔다.. 중공업 인수할때는 오비맥주 팔아 바꾸려고 했다. 그때 제일은행에 2000년 부채에서 2001년 부채가 안 줄면 중공업 되팔겠다고 약속하고 석달만에 오비맥주 팔아 조건을 맞췄다. 사모펀드도 많고 돈 꿔주는 데도 많아 앞으로 자금조달 하기가 쉽다. 금리가 4%내외이고 영업이익률이 그 이상인 기업이 많기 때문에 은행에 넣어두느니 그런 기업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 군인공제회가 얼마나 사업 잘하냐. 웬만한 금융기관보다잘한다. 외환위기가 준 축복이 금융기법의 발전이다. 맥주 사업에 재진출한다는 소문이 있다. ▲ 맥주사업에 진출은 안한다. 매킨지에서 늙은 회사는 도전정신이 안 생기기때문에 소비재에서 산업재로 바꾸라고 주문했다.그 판단이 옳았다. 인프라코어, 중공업이 다 블루오션이나 옅은 블루오션인데 왜 핑크오션으로 다시 가겠는가. (제주=연합뉴스) 신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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