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북한방문을 놓고 지금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정계일부에서는 밀사설을 제기하고 있는가 하면 경제계에서는 남북간 경제협력의 물꼬가 트이는 계기로 이해하고 있다. 김회장의 방북이 이처럼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미묘한 시점에서, 그것도 갑작스레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다. 김회장은 또 방북결과를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 그 내용이 한층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김회장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추석연휴를 낀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5박6일간이다. 북한은 세계 곳곳의 잘 사는 나라에 식량구걸의 손을 벌여놓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주최로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지구에 경수로 건설부지 착공식도 가졌다. 이곳에는 80여명의 우리 기술자들이 북한측 근로자들과 함께 비지땀을 쏟고 있다.
북한은 대내적으로는 김정일의 당총비서 취임이라는 큰 변화를 앞둔 상황이다. 카터 전 미대통령도 초청해 놓고 있다. 무언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우리정부는 지난해 9월에 발생한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과 관련, 지금까지 대그룹총수의 방북을 불허해 왔다. 이번 김회장의 방북은 정상적인 국내법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대우그룹은 이번 김회장의 방북이 북한과의 합작사업 확대를 논의하기 위한 순수한 비즈니스차원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모종의 중대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되는 것이다.
북한이 비록 호전성을 버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남북간 경협은 필요하다. 북한을 국제사회, 개방사회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경협을 통한 교류가 밑받침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구촌시대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폐쇄사회다. 세계의 모든 사회주의 국가들이 사회주의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해나가고 있는데도 이를 고수하는 나라다. 결국 우리가 개방으로 유도해 낼 수밖에 없다.
남북간의 경협은 순수해야 한다. 물론 안보나 정치 등과 연계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국내 정치상황에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특히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과거와 같은 집권층의 책략은 남북간의 불신과 갈등을 오히려 조장할 우려가 있다. 대북정책은 투명성과 함께 원칙이 있어야 한다. 정치논리가 끼여들어서도 안된다. 김회장의 방북결과도 공개 가능한 것은 공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