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제일저축銀 일부고객 "이러면 망해…인출 자제를"

직원들 "5000만원 이하는 예보서 보장" 설득<br>번호표만 만지작거리다 돌아가는 사람 많아<br>"당국을 어떻게 믿나…내 돈 내놓으라" 항의도

6일 오전 서울 중구 제일저축은행 장충동지점을 찾은 고객들이 은행 직원들에게 항의하며 신속한 예금인출을 요구하고 있다. /김주영기자

"다들 돈 빼가면 내 돈은 못 받을까봐 왔지."(제일저축은행 고객) "오늘은 번호표대로만 처리해드리니까 다른 분들은 번호표에 적힌 날짜가 되면 오세요."(제일저축은행 직원) 6일 송파구 가락동의 제일저축은행 본점. 지난 4일에 이어 이날도 본점에는 300여명의 고객이 "내 돈은 괜찮느냐"며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대부분이 60대 이상인 고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제일저축은행 관련 내용이 보도된 신문기사를 돌려 읽으며 직원들의 설명을 들었다. 제일저축은행은 하루 거래 가능 고객 수를 500명으로 제한하고 번호표에 해당하는 고객만 객장에 출입시켰다. 이날 제일저축은행 본점을 찾은 고객은 대부분 오는 19일 예금인출 등 금융업무가 가능한 번호표를 받았다. 앞으로도 일주일 이상 불안한 밤을 지새야 하는 셈이다. 제일저축은행 장충동 지점에도 70여명의 고객이 점포 분위기와 고객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처음 사태가 불거진 4일에 비해 객장 분위기가 많이 차분해진 것. 70대로 보이는 한 고객은 "예금이 2,000만원 있는데 5,000만원 이하 금액은 나라에서 보장해준다고 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는 원리금 5,000만원 이하는 예금보험공사에서 보장해준다는 것을 모르는 고객도 적지 않았다. 한 편에서는 일부 고객이 "5,000만원 이하 손님들이 자꾸 돈을 빼가면 멀쩡한 은행이 망한다"며 다른 고객들에게 예금인출 자제를 요청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날 오후3시 현재 제일저축은행에서 빠져나간 돈은 400억원. 첫날인 4일의 약 1,400억원에서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번호표 10개 중 3~4개만 실제로 예금을 인출할 뿐이다. 번호표만 만지작거리며 예금인출을 망설이는 여타 고객은 "불안하니까 무작정 뽑아놓았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봐가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다. 조성목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검사1국장은 "자체 파악 결과 돈을 인출하는 분 중 상당수가 예금자 보호 대상인 5,000만원 이하인 분들"이라며 "현장에서 5,000만원 미만은 예보에서 보장해준다는 설명을 계속 드리고 있어 분위기가 진정세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준 제일저축은행장도 "예금 인출세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월요일까지 여파는 있겠지만 은행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믿고 거래하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고객의 불신 정도다. 한 고객은 "부산저축은행이던가. 나중에 금융감독원에서 인증했다는 것과 비교해보니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몇십 퍼센트씩 떨어졌다"며 "금감원을 믿을 수 없으니 내 돈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고객은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추가 영업정지는 없다고 해놓고 나중에 거짓말을 했다"며 "예보에서 돈을 언제 줄지 모르고 과정도 복잡해 일단 돈을 찾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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