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美 무역장벽보고서에 담긴 속 뜻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연례 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시장개방과 산업ㆍ무역정책에 대해 또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보고서는 USTR가 세계 각국의 무역장벽 현황을 해마다 작성하는 것이어서 한국관련 사항 지적도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제기의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데다 ‘이런 것까지 시비하나’ 할 정도로 범위도 넓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특히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보고서는 한국이 여전히 지나치게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발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자동차ㆍ반도체ㆍ조선ㆍ철강 등 전통적인 수출지향형 산업과 반도체ㆍ통신장비 등을 포함한 차세대 산업을 정부가 장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수출 드라이브 정책 자체와 지금 우리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는 주력산업을 걸고 넘어진 것이다. 앞으로 미국의 통상압력이 어떨지를 쉽게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USTR는 방송ㆍ통신 사업등에서 외국인투자제한을 유지하고 있고 공기업의 민영화도 진척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ㆍ금융ㆍ서비스 부문의 개방확대는 물론이고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운행제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조치의 유예 또는 철폐, 뼈있는 쇠고기 수입 등 요구범위가 넓고 강도도 세졌다. 무리하거나 억지 주장에는 정확하고 논리적 근거를 들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예컨대 쇠고기 뼈 수입 금지는 미국의 광우병 발생에 따른 조치로 미국의 주장은 터무니 없는 것이다. USTR의 보고서는 한편으로 미국의 FTA 협상 전략의 일면을 보여준다. 금융ㆍ서비스 등은 미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협상통보서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진 것이어서 미국의 파상공세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또 미국이 오토바이 고속도로 운행 등과 같이 사소한 문제까지 트집을 잡고 나섰다는 것은 우리 시장상황과 제도를 구석구석 파악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다. USTR의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통상전략을 파악하고 우리의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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