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인천도시엑스포의 교훈

요즘 국제박람회기구(BIE)가 ‘인천세계도시엑스포’ 행사에 제동을 걸면서 인천이 뒤숭숭하다. BIE 측이 행사기간 동안 ‘도시’라는 주제는 물론 엑스포를 연상하게 하는 단어ㆍ문양 등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외교통상부를 통해 공식 요청했기 때문이다. BIE는 인천도시엑스포가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여수엑스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으름장마저 놓고 있는 형국이다. BIE가 공인하는 엑스포는 두 가지다. ‘등록박람회’는 5년마다 한번씩 주제ㆍ면적 제한 없이 6주~6개월간 개최할 수 있다. ‘인정박람회’는 등록박람회 사이에 한번 명확한 주제와 25ha 미만의 면적에 3주~3개월까지 열 수 있다. 지난 1993년 대전박람회와 오는 2012년 여수박람회가 이에 해당한다. 사실 인천세계도시엑스포는 등록박람회도 인정박람회도 아니다. 말 그대로 ‘짝퉁 박람회’다. 다른 도시가 10년 이상 공들여 준비하는 것을 2년 만에 해치우려다 보니 이벤트 위주로 이런 저런 것을 해보자는 수준이다. 도시엑스포란 한 도시가 어떻게 문화ㆍ환경ㆍ산업적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행사다. 그 도시의 생활환경이 핵심이지 이런 저런 행사를 벌여 보여주자는 것이 아니다. 일본 기타큐슈시가 20여년에 걸쳐 공업도시를 환경도시로 바꿔 유엔에서 인증받고 다시 생태ㆍ과학도시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BIE 측이 최근 행사기간과 주제를 모두 바꿔줄 것을 요구하자 인천시는 19일 ‘2009 인천세계도시엑스포’를 상업적 성격을 띤 박람회로 치르기로 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주제인 ‘드림(dreams)’도 사용할 수 없게 돼 재설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인천은 왜 세계도시엑스포라는 대형 이벤트를 구상했을까. 그것도 비공인 행사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직위원회는 이에 대해 “인천을 세계 속에 알려 투자가ㆍ기업 등을 유치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제 인천시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도시 건설’이라는 기치를 내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세계의 눈과 귀를 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설픈 이벤트를 개최해 천문학적인 예산만 낭비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세계에 인천을 제대로 브랜딩하고 여수엑스포도 살릴 수 있는 실속을 챙길지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