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케이블 TV, HD방송 전환 '속앓이'

셋톱박스·가입자 수신료등 비싸 투자 걸림돌<BR>HD전환 케이블사 'CJ넷' 1곳 3,000가구 그쳐<BR>전문가들 "HD는 대세…" 더이상 미룰 수 없을것"


서울 서초구에 사는 최 모(43)씨는 작년말 200만원을 넘게 주고 PDP 고화질(HD)TV를 들여논 뒤로 지상파 방송을 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영화나 해외 드라마를 좋아해 그간 케이블TV를 즐겨 봤지만 HDTV로 시청한 뒤로는 지상파HD방송과 케이블방송의 화질 차이가 너무 뚜렷하게 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브라운관TV때는 잘 몰랐는데 HDTV로 시청하게 된 뒤 HD방송의 매력을 알게 됐다”며 “이제는 화질이 떨어지는 케이블TV로 좀처럼 채널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이블TV의 HD전환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작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채널사용방송사업자(PP) 등 케이블TV의 양대 주체가 모두 올해부터 본격적인 HD 전환을 약속했지만 각자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표준화질(SD)급 디지털케이블 보급 부진의 ‘전과’가 있는 케이블 업계로서는 케이블HD의 향후 마케팅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 지도 고민거리로 안고 있다. 전국 케이블HD 가입자 ‘3,000가구’ 불과=지난해 SO협의회는 2007년까지 75개 채널을 HD로 전환하고, 2010년까지 모든 케이블TV를 HD로 송출하겠다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PP들 역시 온미디어, CJ미디어 등 대형PP(MPP)를 중심으로 HD 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현재 케이블HD시청이 가능한 SO는 지난해 9월 상용화에 들어간 CJ케이블넷 단 한 곳 뿐. 이 회사의 경우도 시청료를 기존 디지털케이블 가격에 2,000원만 덧붙였지만 가입가구 수는 현재 고작 3,000가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울지역 최대 MSO인 씨앤앰은 이르면 2월부터, 국내 최대 MSO 티브로드는 올 하반기에나 HD 상용화에 들어간다는 일정만을 잡고 있을 정도다. SO들의 HD 전환이 늦어지다 보니 같이 호흡을 맞춰야 될 PP들도 발걸음을 늦추고 있다. 작년 말까지 15% 정도의 HD 프로그램을 편성키로 했던 온미디어는 지난 19일 캐치온을 시작으로 26일 수퍼액션과 OCN의 일부 HD 프로그램 시험방송을 시작했다. CJ미디어도 채널CGV 영화 중 일부와 tvN 자체제작물 ‘하이에나’ 등 극소수 프로그램만 HD로 내보내고 있는 실정. HD전환 왜 늦어지나=케이블 HD 부진은 사실 구조적으로 예견돼 왔다. 전국이 단일 방송권인 지상파와 달리 덩치가 각 지역별로 잘게 쪼개져 있는 케이블SO들이 한 순간에 HD로 전환하는 데는 많은 투자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SO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 높은 HD셋톱박스와 비싼 가입자 수신료. HD셋톱박스는 기존 SD급 셋톱박스보다 10~12만원 고가여서 SO의 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 수신료의 경우 기존 SD 디지털케이블과 큰 차이는 없지만 SD케이블이 작년 말 기준으로 가입자가 28만 4,000명에 불과하다는 점이 케이블이 넘어야 될 고개다. 국내 전체 케이블TV 1,400만 가입자 가운데 불과 2%가 그래도 좋은 화질을 원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싼 맛에 보는’ 케이블 가입자의 벽을 어떻게 넘어야 되는지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상파 계열 PP인 MBC드라마넷과 MBC ESPN이 최근 주 30시간 정도를 편성해 HD 프로그램 방송을 시작했다. CJ미디어와 온미디어도 늦어진 HD 방송 송출을 연내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당초 일정에는 못 미치지만 이렇게 되면 케이블HD 채널 숫자가 총 10개로 기본적인 HD 콘텐츠 수급력은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SO들로서도 HD 채널이 늘어나는 이상 마냥 투자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경쟁자인 지상파가 어느 정도 HD전환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IPTV 등 새 HD급 미디어가 도전하는 상황에서 HD 전환은 사실상 유일한 대항 무기다. 기존 아날로그와 사실상 서비스 차이가 없는 ‘SD 케이블’과 달리 ‘HD 케이블’은 화질만으로도 ‘박리다매의 벽’을 한순간에 넘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진경 한국케이블TV협회 부장은 “작년말 기준 디지털TV 보급 대수가 442만대에 달한 상황에서 한번 ‘HD 맛’을 본 시청자들을 케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도 HD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인식을 케이블TV업계가 강하게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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