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환율, 방심하면 안 된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전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이미 10.5% 하락한 원ㆍ달러 환율은 올 들어 한때 920원대에 이르기도 했다. 지금은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원ㆍ엔 환율은 2005년에만 12.1%가량 떨어졌으며 올 들어서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가 글로벌 달러 약세를 이끈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경쟁국의 통화보다 하락폭이 크고 하락속도 또한 빠르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환율은 수출기업이 바라는 수준과 비교할 때 과도하게 낮다. 한국의 기초 경제여건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 경쟁국들과의 물가 변화 등을 감안한 실질실효환율지수로 평가하더라도 고평가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에도 크게 밑돌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에 따라 수출채산성은 2004년 4ㆍ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한해 동안 수출참여 기업이 2,000개 이상 줄어들기도 했다. 대기업은 환율하락으로 수익이 크게 감소해 연구개발과 신규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도 수출채산성이 한계상황에 도달했거나 적자로 돌아선 기업이 88%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율은 시장에서 외환 수급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이는 환율에 대한 방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환율 안정은 경제정책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원화의 국제화, 내국인의 해외투자 등 외환거래 자유화, 외환시장 선진화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최근의 ‘외환자유화 추진방안’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나아가 환율이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잘 이용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적정한 수준에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현재 2,200억달러를 웃도는 외환보유액을 적절히 활용해 외환시장의 수급을 조절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해외 간접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고유가와 원자재난에 시달리고 있는 수출 기업이 원부자재를 수입할 때 한국은행의 통화 스와프 대출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일 수 있다. 또한 해외자원개발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한국투자공사(KIC)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외환시장에서의 원화절상 압력을 줄여야 한다. 일본의 경우 지난 1ㆍ4분기만 해도 251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나타냈으나 적극적인 해외투자로 엔화 절상 요인을 최소화하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로 중소기업의 환율예측 능력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대기업보다 정보 획득 및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위해 환율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환율 변동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의 환위험 관리 활성화가 절실하다. 선물환 거래를 통한 환위험 관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선물환 거래수수료 및 보증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환변동 보험의 적극적인 활용을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출보험공사는 환변동 보험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보험료율도 대폭 인하하기로 했다. 또 한국무역협회는 수출보험공사를 통한 중소기업 환리스크 관리 컨설팅과 환변동 보험료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지원이 중소기업의 환위험 관리 활성화에 커다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론적으로 환율 안정은 해당 국가의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서 외화의 수급 조절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85년 9월 G5 재무장관들이 지속적으로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를 누리고 있던 일본에 대해 엔화의 대폭적인 인상을 합의했던 사례에서 보듯이 환율은 개별 국가의 중앙은행이나 정부는 물론 국제경제 정책의 중요 과제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무역의존도가 70%에 이르는 우리에게 환율은 무엇보다도 실물경제의 움직임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시그널이어야 한다. 원화 환율의 무리한 고평가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기보다 오히려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던 80년대 후반의 경험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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