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침묵 깨고 시집 '꽃은 바람을…' 펴낸 강민숙 시인
| 강민숙 시인 |
|
“비로소 개인적인 아픔에서 벗어나 내 이웃에 눈을 돌릴 여유를 찾았습니다.”
강민숙 시인이 십년 침묵을 깨고 돌아왔다.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는 새 시집 제목은 그녀가 첫 시집을 내던 당시와 개인과 사회를 바라보는 눈과 귀가 달라졌음을 암시해준다. 강 시인은 지난 94년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란 제목으로 냈던 첫 시집을 30만부가 넘는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렸던 여성 현대시인 중 한명. “시로만 대화할 뿐”이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던 강 시인의 입을 연 게 한 것은 그의 삶의 터전인 강서구 등촌동 ‘강민숙 글짓기 교실’을 찾아간 성의 때문인 듯했다. 하지만 말은 극도로 아꼈다.
강 시인은 “첫 시집에 녹였던 사별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로소 약간은 자유로워져가는 느낌을 찾아가고 있다”고 근황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그녀는 “다툼이 싫어 홀로 돌아앉아 면벽만 하고 있다가 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기에 시문을 두드렸다”고도 했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자연을 대하던 따뜻한 시선은 ‘인간도 자연이다’는 시에 녹였다. 글짓기 교실에서 겪었던 인터넷세대의 아이들에 대한 소회는 ‘학원일지’를 통해 드러냈다고 했다.
‘꽃은…’에서 해설을 맡았던 신경림 시인은 “독자가 긴장이나 특별한 노력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시, 그리고 일상적인 데서 소재를 취한 경쾌하고 재미있는 시를 표방한 시가 바로 강민숙의 시”라고 평했다.
그녀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영구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내 이웃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의미들이 요즘의 내 화두”라고 했다. “나는 피를 식히기 위해 가끔 밤 늦은 시간에 학교 운동장을 몇 바퀴씩 뛰어야 한다”(‘내 피는 따뜻하다’ 가운데)는 그녀의 언급은 실체일까, 단순한 시어일까. 인터뷰를 마친 후 악수한 손에 따뜻한 체온이 전해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