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파키스탄의 치명적 도박

파이낸셜타임스 5월 5일자

오사마 빈라덴이 예상을 깨고 파키스탄의 인구 밀집지역 중 하나인 아보타바드의 군사 학교 부근에서 발견돼 사살됐다.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지난 2003년 9ㆍ11테러를 지휘한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알 카에다 작전 사령관도 파키스탄 군 장성이 머물고 있던 라왈핀디에서 체포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됐다. 파키스탄 군부와 지하드(성전) 전사들의 밀월관계는 끝나야만 한다. 지난 7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는 "파키스탄 군부와 정보 당국은 모두 테러리스트 단체와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언론들은 비외교적 처사라며 그를 질타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사실로 판명 났다. 파키스탄은 1979년 구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당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으며 지하드(성전)의 거점 지역으로 거듭났다. 파키스탄은 이 호기를 놓치지 않았다. 파키스탄 당국은 지하드 전사들을 인도와의 전투에 투입했다. 수천명의 지하드들은 카슈미르 영토분쟁에 참여해 인도군을 몰아냈다. 이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파키스탄 군부는 이때부터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괴물이 되고 말았다. 카슈미르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 라슈카레-타이바와 파키스탄 북부 와지리스탄를 장악하고 있는 하카니 등은 모두 파키스탄에서 지하드를 추진하는 가장 치명적 집단이다. 이들은 모두 알카에다 연결돼 있으며 또 파키스탄의 정보당국과도 접촉하고 있다.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들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빈라덴이 사살되면서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급속도로 분열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출구전략이 보인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지하드 전사들과의 결별을 나 몰라라 하며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연장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파키스탄이 테러리스트들의 터전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는 탈레반 등 무장 이슬람 집단 축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인도와 화해무드를 조성하고 카슈미르 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파키스탄이 빈라덴을 숨겨줬다는 세계의 의혹은 계속될 것이다. 파키스탄의 군부와 정치인들은 국가의 미래를 걸고 도박을 할 경우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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