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느와르 옷 입은 사랑 이야기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


'한 노인이 혼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노인의 과거가 어땠길래 바(bar)에서 홀로 밥을 먹는 외로운 인생이 됐을까?'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은 한 노인이 혼자 식사하고 있는 장면에서 영화를 구상했다. 어떤 과거를 갖고 있으면 사람이 이토록 쓸쓸해질 수 있는 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아르헨티나 영화 '엘 시크레토:비밀의 눈동자'는 느와르 영화의 외피를 입었지만 결국 사랑 이야기다. 사람을 처연하게, 혹은 열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요인은 '사랑'임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미국의 인기 TV 드라마 '하우스', '로 앤 오더' 등을 연출한 감독은 특유의 손재주를 발휘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속도감 있게 스케치하고 어두운 색채로 사랑을 채색해 완성도 높은 수작을 만들었다. 1970년대 아르헨티나. 아름다운 여인이 처참하게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다. 그녀의 남편 모랄레스는 상실감에 빠지고 이를 본 법원 직원 벤야민 에스포지토는 끈질긴 추격 끝에 범인을 잡지만 정부는 범인이 반정부 게릴라 소탕에 협력한다는 이유로 풀어줘 버린다. 그로부터 25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을 잊을 수 없었던 벤야민은 이 사건에 대해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과거 사건의 주인공 추적에 나선다. 영화는 한 여인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을 조망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아내의 죽음 이후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모랄레스의 사랑, 상사(살해된 여인)를 사랑했지만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지레 포기해 버렸던 벤야민의 사랑을 보여준다. 벤야민이 25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도 이 사건에 집착하는 이유, 모랄레스가 아내가 죽었음에도 계속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사랑이었다는 것이다. 두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동안 잔혹한 장면은 거의 없는데도 영화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최근 복수극이 넘쳐나는 충무로에 '진짜 복수는 이런 것'임을 보여주듯 강렬하다. 느와르, 드라마, 멜로, 어느 것을 보고 싶어했던 관객이라도 만족할 만한 작품으로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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