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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실루엣의 마술사 '모델리스트'

2차원 천 조각에 3차원 입체감 불어 넣는 장인들

30여년을 패턴 장인으로 살아온 남성 정장브랜드 맨스타의 수석 모델리스트 장자코모 바쏘. 사진=코오롱패션 맨스타 제공

[리빙 앤 조이] 실루엣의 마술사 '모델리스트' 2차원 천 조각에 3차원 입체감 불어 넣는 장인들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30여년을 패턴 장인으로 살아온 남성 정장브랜드 맨스타의 수석 모델리스트 장자코모 바쏘. 사진=코오롱패션 맨스타 제공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정장의 생명은 실루엣이다. 화려한 색상과 문양, 다양한 옷감을 쓸 수 있는 여성복과 달리 남성복은 소재도 제한적이고 색상도 단조로워 옷을 입었을 때 드러나는 라인으로만 개성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루엣의 창조자인 ‘모델리스트(modelist)’는 2차원의 천 조각에 3차원의 입체감을 불어넣는 기술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숙련된 양복 봉제사를 패턴사라고 불렀지만 이들의 장인정신을 인정하는 풍토가 마련되면서 전문성과 직업정신 개념이 포함된 ‘모델리스트’라는 용어가 국내에서도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이탈리안 스타일의 정장이 인기를 끌면서 갤럭시, 마에스트로, 맨스타 등 정통 정장 브랜드들은 이탈리아 모델리스트들을 초빙, 매 시즌 패턴 작업을 하는 한편 국내 모델리스트들을 이탈리아, 일본 등으로 파견, 기술교육을 받고 있다. 30여년을 패턴 장인으로 살아온 남성 정장브랜드 맨스타의 수석 모델리스트 장자코모 바쏘(G. Giacomo Bassoㆍ57) 또한 가을-겨울 시즌 실루엣 작업을 위해 이달 초 내한했다. 현재 바쏘는 몸의 곡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이탈리안 실루엣을 선보이기 위해 패턴 작업을 하고 있다. 한때 남성용 가죽재킷과 캐주얼 의상 모델리스트로도 일한 바 있는 바쏘는 “가죽, 캐주얼 패턴 작업과 정장 패턴 작업은 공정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울, 캐시미어 등 가벼운 소재를 주로 쓰는 정장은 손으로 직접 봉제를 하고 다림질 등으로 가공을 하며 볼륨감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세심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정장을 만들 때 모델리스트의 역할이 80~90%를 차지하지만 국내에서는 디자이너와 모델리스트의 협업이 중요하다. 디자이너가 각 시즌 트렌드에 맞게 소재나 컬러를 선정하면 모델리스트와 함께 주요 구매층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제도 작업에 들어가면서 적게는 100여 공정, 많게는 300~400가지의 공정이 시작된다. 모델리스트는 연령대와 소비성향에 맞게 단추 배열방법과 수, 뒤트임(벤트), 기장, 소매폭 등을 결정하고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규격 사이즈로 패턴을 디자인한다. 이때 곡선부분을 정확한 수치를 대입해 그릴 수도 있지만 숙련된 모델리스트들은 감으로만 그리는 경우도 많다. 이를 두고 ‘락 오브 아이(rock of eye)’라고 하는데 바쏘 역시 감에 의존하며 선을 그린다. 바쏘는 “모델리스트의 감은 남성의 몸에 대한 이해에서 오는 것이라며 눈으로 남성의 몸을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패턴 디자인을 마치면 직접 천을 제단하고 가공하여 샘플을 만든다. 이때 어떤 부분은 직접 손 바느질을 할 것인지, 어떤 부자재(옷의 형태를 고정해주는 패드, 심지 등)를 안감과 겉감 사이에 댈 것인지 등을 결정한다. 박대남 로가디스 패턴봉제R&D팀 과장은 “어깨와 팔의 이음새(암홀) 같은 곡선 부분이나 입체감을 살려야 하는 부분은 보통 정교한 수작업으로 처리한다”며 “얼마나 정교하게 바느질을 하느냐에 따라 옷의 착용감이 좋고 고급스러움도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모델리스트들은 봉제 공정을 두고 옷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한다. 봉제 방법에 따라 옷의 볼륨감은 물론 착용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100여가지의 봉제 공정을 통해 원단은 사람의 체형에 가까워진다. 모델리스트들은 한 시즌에 3~4가지의 실루엣을 제작한다. 매 시즌 트렌드에 따라 실루엣은 업그레이드 되나 남성복은 변화가 더딘 편이다. 최혜경 마에스트로사업부 디자인실장은 “여성복이나 캐릭터 캐주얼의 정장류는 매 시즌 실루엣 변화가 크지만 정통 신사복은 허리선이 1㎝ 줄어드는데도 5년여가 걸릴 정도”라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 ▶ [리빙 앤 조이] 正裝美學, 남성의 멋과 자부심을 말하다 ▶ [리빙 앤 조이] 셔츠 소매·목깃은 정장보다 1.5㎝ 길어야 ▶ [리빙 앤 조이] 정장 고르는 법 ▶ [리빙 앤 조이] 국내선 정통 이탈리안 슈트 인기 ▶ [리빙 앤 조이] 실루엣의 마술사 '모델리스트' ▶ [리빙 앤 조이] 지방간의 원인과 예방 요령 ▶ [리빙 앤 조이] 무지개 빛 홍차맛 즐겨보세요 ▶ [리빙 앤 조이] 무화과 익는 고장 영암 ▶ [리빙 앤 조이] '미쓰 홍당무' 박찬욱 제작자·이경미 감독 ▶ [리빙 앤 조이] '미쓰 홍당무'는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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