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 외식업소 급증, 문제는 없나

두터운 중산층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국민 경제의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최근 양극화 현상의 심화로 나타난 서민층의 증가는 소비를 둔화시키고 산업설비 투자마저 주저하게 함으로써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개인소득의 증감은 소비탄력성이 큰 ‘입는 것과 먹는 것’의 소비 여부가 크게 좌우한다. 그런데 음식을 판매하는 식품위생법상의 식품접객업소, 즉 외식업소는 전국적으로 약 70만개 정도나 되며 인구 약 70~80명당 한개의 식당으로, 줄잡아 200만~300만명의 국민이 식당업에 종사하는 것 같다. 허가제였던 식당업을 신고제로 전환했고 당초 영세자영업 영역의 식당업을 대기업에 개방해 거대 자본과 조직력이 식당사업에 참여하게 됐으며 해외 개방으로 외국 외식업체가 국내에 다수 상륙했다. 또 외환위기 전후로 많은 명퇴, 또는 조기퇴직자가 퇴직금으로 식당업에 진출한 것이 외식사업장의 급격한 증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인구 규모와 국민소득을 감안할 때 일본의 약 3배, 그리고 미국의 약 10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 치열한 경쟁은 가격 인하 효과와 서비스 및 조리 품질 향상에 기여한 측면이 있으나 사업 부진에 따라 시장에서 퇴출되는 수많은 생계형의 영세 개인사업자를 양산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외식업소의 증가는 ‘먹는 장사는 적어도 본전은 한다’는 말을 고전으로 만들어버렸다. 부동산 거품에 기인한 임대료 상승,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인테리어의 압력,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식재료 값의 폭등, 인건비 상승, 적정 판매가격 유지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외식사업소의 채산성이 10여년간 지속적으로 악화돼왔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30% 이상의 외식사업소가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업이 그런대로 괜찮은 1% 미만의 극히 일부 업소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겨우 현상유지하는 정도라고 한다. 신규 진입은 사업 부진을 면하지 못하는 매도 희망 점포를 적지 않은 권리금에 인수하고 여기에 -독립경영이든 아니면 체인이나 프랜차이즈 경영 형태를 취하든- 소비자의 기호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인테리어를 설비하면서 이뤄진다.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재개업 후 1년을 전후해 영업 부진으로 다시 헐값에 처분할 수밖에 없다. 사업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식당의 수가 너무 많은 데 있다. 그러나 신규 진입자들은 이러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 자체를 아예 모르거나, 안다고 하더라도 가볍게 취급한다. 따라서 영업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으며 이러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신규 사업자는 영업장을 자신의 의도와 컨셉트에 적합한 인테리어로 재구축한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연간 10만 외식업소의 신규 진입과 도산에 따른 개ㆍ보수비를 적게 잡아 업소당 5,000만원으로 고려할 때 소요되는 국가 자원의 낭비는 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책 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아예 모르고 있는가, 아니면 자유시장 경제제도와 경쟁원리에 맡겨둔 채 모른 척할 것인가. 아니면 거시적으로 경제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는 긍정적 평가로 오히려 방조할 것인가. 외식사업, 이제는 더 이상 만만한 사업이 아니니 신중하게 고려해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누가 어떤 방법으로 이것을 예비 진입자에게 이해시켜야 할 것인가. 풍운의 꿈을 안고 시작하는 사업에 실패하면 작은 한 가장의 삶이 절망의 늪에 빠지게 된다. 나이가 들어 자신감과 의욕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경재력의 고갈로 재기의 기회마저 상실하게 될 수십만의 우리 40~50대 가장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그들은 우리의 잠재 중산층이다. 그들과 국가 자원을 보호하는 동시에 보다 더 성공가능성이 높은 사업 부문에 투자하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 대안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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