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새 시대 꿈꿨던 윤휴, 다양성 배척한 한국사회 성찰케 해"

'윤휴와 침묵의 제국' 출간 역사학자 이덕일씨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지 않는 시대, 주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침묵을 강요당해야만 하는 시대를 청산해야 합니다. 윤휴의 삶과 사상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다양한 사고의 중요성과 상생의 메시지를 되새기고 싶습니다. "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조선 왕을 말하다' 등의 역사서를 펴내 역사적 사건에 대한 도발적인 시각을 견지해 온 역사학자 이덕일(50ㆍ사진)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윤휴와 침묵의 제국'(다산초당 펴냄)' 출간을 기념해 19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저자는 "윤휴를 이 시대에 재조명하는 것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왜곡된 정치 현실과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라며 "윤휴가 조선의 모순된 사회에서 주장했던 메시지는 다양한 사고를 배척하고, 이분법에 근거해 나와 다른 생각을 터부시하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성찰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백호 윤휴(1617~1680)는 조선 중기 북벌과 사회 개혁의 꿈을 펼치려 했으나 끝내 자신의 이상(理想)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정치가이자 유학자이다. 대사헌의 아들로 태어나 포의(布衣ㆍ벼슬 없는 선비)로 머무르다가 숙종의 거듭된 요청으로 조정에 들어가 개혁 정책을 펼쳤고 송시열이 이끄는 서인 세력과 대립하면서 역적으로 몰려 숙종 6년 끝내 사약을 받고 목숨을 잃는다. 조정에 들어간 윤휴가 북벌에 성공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주장한 것은 국내 정치와 사회 구조 개혁이었다. 이 소장은 "윤휴는 북벌을 하려면 국가가 튼튼해야 하고 국가의 근간인 민생이 튼실해야 하기 때문에 부당한 신분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신분마다 다른 재질로 만들어 차고 다니는 호패법을 폐지하고 모든 사람들이 종이에 신분을 적어 주머니에 차고 다니는 지패법을 실시할 것을 제시했다. 또한 양반에게도 군포를 걷어 재정을 충당하고 노인과 어린 아이에게도 거두던 군포를 폐지해 백성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했다. 특히 조봉암 사형 사건을 윤휴의 죽음에 빗대 표현한 자신의 주장에 대해 이 소장은 "조봉암이나 윤휴 모두 획일화된 당시 사회에서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시대를 꿈꾸었지만 결국 획일적인 사고를 강요하는 사회 체제에 의해 목숨을 잃은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주류 학자로서 겪었던 개인적 소회도 밝혔다. 그는 "학계에서는 정설을 하나 세워놓고 이것을 기준으로 학설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어떤 학문에도 정설이 있을 수 없다"며 "인문학이란 세상에 대한 비판적 통찰을 담고 있는 학문인데, 정설 하나만 내세우고 다양한 학문적 탐구를 배척했기 때문에 '인문학의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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