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모의 추억’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30일 개봉 '인어공주'

머리가 굵어진 자식들이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 이들에게 부모는 세파에 찌들어 억척스러움 하나만으로 버텨가는 이들이자 떠안아야만 하는 짐짝 같은 존재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한때는 눈물샘과 ‘사랑’의 추억이 있었다. 30일 개봉하는 ‘인어공주’는 자식들에겐 다소 낯설 ‘부모의 추억’을 그린 영화다. 우체국의 평범한 여직원 나영(전도연)에게 부모는 ‘없느니만 못한’ 사람들이다. 목욕탕 때밀이인 엄마(고두심) 계란값 400원에 손님과 머리채를 쥐어뜯는 싸움을 마다 않는 억척녀. 사람 좋아 월급 봉투 한번 제대로 가져온 적 없는 아버지에겐 욕설을 퍼붓는다. 그런 엄마한테 상처를 받고 소심해진 아버지는 어느날 불쑥 집을 나가 버리고, 나영은 아버지를 찾아 엄마와 아버지의 고향인 섬마을 ‘하리’로 향한다. 마을에 도착한 나영에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그 곳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스무살 적 엄마 연순(전도연)이 살고 있는 것이다. 한없이 순수하기만 한 해녀 연순은 훗날 나영의 아버지인 동네 우체부 진국(박해일)에게 연정을 품는다. 그 곳에서 연순과 진국이 키워가는 사랑은 판타지 그 자체다. 바가지 긁는 엄마와 소심한 아버지만 기억하는 나영 앞에서 진국은 연순에게 자상하게 글을 가르쳐 주고, 연순은 그런 진국 앞에서 말 한마디 못하면서 가슴설레 한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엄마의 어린 시절과 딸 1인 2역을 도맡은 전도연의 놀라운 연기력. ‘억척’ 그 자체를 그려낸 고두심과 시골 우체부 역을 차분하게 풀어낸 박해일, 남 진의 트로트를 걸쭉하게 불러 제끼는 아역배우 강동우 또한 시ㆍ공간을 초월하는 배경 속에서 잘 어우러진다. 그러나 빛나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비해 정작 작품 속 현실과 판타지 세계는 서로를 잇는 장치의 부족으로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아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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