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해외증시 상장을 꺼리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해외증시 상장에 기대했던 해외자금 조달과 인지도 제고효과가 신통치 않은데다 까다로운 투자자 보호규제로 기업의 비밀노출 위험이 더 커지는 등 '득 보다 부담'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 들어 해외증시에 상장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은 거의 전무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장밋빛 꿈을 안고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해외증시에 상장했으나 최근에는 1년에 1~2건에 불과하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해외증시에 상장(원주 및 DR)된 국내 기업은 총 32개다. 주요 기업으로는 삼성전자ㆍ포스코ㆍLG디스플레이ㆍ삼성SDIㆍ현대자동차ㆍ기아자동차ㆍLG전자ㆍ현대체절 등이 있다. 상장된 해외 거래소는 미국과 유럽(런던ㆍ룩셈부르크) 등에 있다. 주목되는 것은 32개 기업의 해외증시 상장이 대부분 2000년대 초중반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기업의 해외증시 상장은 2007년 1건, 2008년 2건, 2009년 1건 등으로 가뭄에 콩 나듯 이뤄지고 있다. 해외증시 상장이 이처럼 시들해진 이유는 우선 시중자금이 풍부해 국내에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다 굳이 해외 거래소가 아닌 국내에서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할 수 있어 예전처럼 굳이 해외 거래소를 빌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글로벌 인지도 제고 역시 실제로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특히 미국 거래소의 까다로운 투자자 보호규제는 해외 상장을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은 적잖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한 예로 실적 가이던스가 당초 예상치와 차이가 날 때는 업데이트해 보고해야 한다. 법률소송 건에 대해서는 한국보다 매우 세부적인 내용까지 설명해야 한다. 특별한 사유로 상장을 폐지할 경우 자칫 글로벌시장에서 퇴출 기업이나 불성실 기업으로 낙인을 찍힐 수 있다는 점도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신규 해외상장은 물론 해외상장 회사 중 적지 않은 기업들이 커지는 부담감에 고민만 쌓여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해외 증시 상장 목적은 글로벌 인지도 제고와 해외자금 조달"이라며 "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들은 해외증시 상장이 사업이나 인지도 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