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스탠더드' 라며 도입했지만…

선진국선 '최고가치 낙찰제' 전환<br>저가심의 방식등 개선 서둘러야

정부는 지난 2001년 입찰제도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위해 단계적으로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최저가낙찰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입찰가격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제도에 객관성이 부족하고 순수 '가격'만을 기준으로 한 입찰에 가깝기 때문이다. 유럽ㆍ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품질을 우선하고 그 다음 가격을 심사하는 '최고가치낙찰제'로의 전환이 이어지는 추세다. 영국의 경우 2000년대 들어 공식적으로 최저가낙찰제를 포기하는 대신 '최고가치 낙찰방식'으로 전환했다. 최저가낙찰제처럼 초기 투입비용의 최소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유지관리비와 폐기비용까지 포함한 총 생애주기 비용의 최소화를 목표로 잡은 것이다. 대한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저가 공사에 따른 부실시공은 결국 발주처와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며 "선진국에서는 당장의 예산절감보다는 건축물의 총 생애주기에 따른 비용을 예산으로 산정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공공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가 아직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입찰가격만을 중심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은 적정한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아니면 공사를 맡기지 않는 발주처의 원칙이 분명하게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공공 발주자는 최소한 실공사비 이하로는 도급을 주지 않는다. 이상호 GS건설 건설경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에서 최저가 공사에 뛰어드는 업체는 40~50여개이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시공업체의 능력과 자격에 대한 검증이 철저하다 보니 5~6개의 검증된 업체만 참가한다"고 말했다. 낙찰률 역시 큰 차이가 난다. 미국의 최저가낙찰제 공사 낙찰률은 90% 이상이며 일본의 경우도 저가 낙찰을 막기 위해 2006년 '특별중점조사제도'를 도입한 후 낙찰률이 85% 이상 수준으로 올라왔다. 우리나라도 덤핑 입찰을 방지하기 위해 최저가낙찰제에서 저가심의제(저가 입찰 사유를 설명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형식적인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현행 저가심의제에서 예산절감 사유를 증빙하기 위해 제출하는 저가 사유서 내용이 최고 2,000쪽에 달하는 등 방대하다"며 "입찰자가 준비하는 데 많은 노력이 소요되고 심사과정에서 이를 철저히 심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저가 사유서를 작성하기 위해 일부 불량자재를 전략적으로 저가 구매했을 경우에도 이에 대한 검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사 유형별로 저가 심의 방식을 개편하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한 기술이 적용되지만 부실시공이 우려되는 공사의 경우 '제한적 최저가낙찰제(최저가 하한선 제시)'를 도입하고 고난도 공사는 2~3단계 입찰을 통해 기술이 뛰어난 업체들만 경쟁하게 하는 방식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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