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31 부동산종합대책의 규제가 국회 입법과정에서 당초보다 무뎌지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다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8ㆍ31대책 역시 지난 2003년 ‘종이 호랑이’가 된 10ㆍ29대책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강남 지역의 현재 집값 불안이 다시 전국적인 집값 반등세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한다. 또한 강남 재건축 역시 입법이 마무리되면 다시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입법화되더라도 과도한 유동성과 정부 스스로 벌여놓은 개발호재들은 국지적으로 시장불안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기 때문에 수익이 예상되는 곳에서는 과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남에 국한된 기대심리일 뿐=8ㆍ31대책의 입법화는 강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 국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용순 주택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종합부동산세 대상에 대한 차이를 빼면 사실상 여야간 이견은 크지 않다”며 “입법이 가시화되지 않는데다 개발부담금도 완화되다 보니 집값이 심리적으로 하락했던 만큼 복원되는 것일 뿐 본격적인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도 “입법이 확정되면 한두 차례 하락현상이 더 나타날 전망”이라며 “입법 확정 이후 실망 내지는 세금회피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의 집값 반등이 다른 지역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강남에 국한된 기대심리에 의한 기술적 반등이기 때문.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강남의 집값 상승은 대기하는 실수요자가 많기 때문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며 “하지만 이것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국지적 불안 계속 나타날 것=내년부터 공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판교ㆍ파주 등 2기 신도시의 분양이 주변 집값을 끌어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판교 신도시의 분양이 시작되면 침체된 분양시장의 분위기가 역전될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서울 집값은 조금 하락하고 수도권과 수도권 외곽은 하락폭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8ㆍ31대책으로 전국적인 집값 상승세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지만 뉴타운ㆍ신도시ㆍ혁신도시 등 정부의 개발계획에 힘입어 호재가 예상되는 지역은 과민한 반응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한 손으로는 집값을 누르고 있지만 한 손으로는 바람을 넣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도시가 건설되는 송파ㆍ판교ㆍ김포ㆍ수원 이의와 강북 뉴타운 지구, 청계천 일대 등을 이런 지역으로 꼽았고 행정도시가 내려가는 방향인 서남쪽, 특히 경부 축이 유망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기 신도시 아파트 분양 역시 국지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신도시가 전국적 관심사인 강남 등 특정지역의 집값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