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자기계발·휴식·친목… 땡땡이도 잘치면 '골든벨'

■ 직장인에게 '땡땡이'란<br>수면이 최다… 흡연·커피·동료와 수다·산책順<br>업무효율 상승·아이디어 구상 등 긍정적 효과 커<br>걸려도 대범하게 대처해야…지나치면 毒 될수도



흔히 수업을 빼먹거나 업무와 관련 없는 일로 시간을 보낼 때 ‘땡땡이를 친다’고 한다. ‘땡땡이’는 사전적 의미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눈을 피하여 게으름을 피우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지만 널리 쓰인지 오래다. 최근 출간된 ‘직장인들이여, 땡땡이를 쳐라’(경성라인 펴냄)의 저자이자 일본의 인재 육성 컨설턴트인 마츠모토 유키오는 오히려 땡땡이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킨다. 마츠모토는 “땡땡이에도 긍정적인 정(正)의 효과가 있고 부정적인 부(負)의 효과가 있다”면서 “좋은 의미인 정의 땡땡이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직장인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공의 지름길에 들어설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서울경제와 함께 직장인 65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9 명 꼴(전체의 89.1%)로 직장생활 중 땡땡이를 쳐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땡땡이의 주된 목적으로는 ▦휴식 및 수면(41.9%)이 가장 많았고 ▦흡연(19.6%) ▦커피나 간식 구매(11.8%) ▦동료와의 수다(10.8%) ▦산책(9.1%) 순이었다. 땡땡이가 회사 생활에 도움을 주느냐는 질문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다소 그렇다’(50.4%)와 ‘매우 그렇다’(32.1%)고 답해 땡땡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직장인이 80%를 넘었다. 차장급 이상의 관리자급 직장인(86.4%)이나 과장급 이하의 실무자급 직장인(81.9%) 모두에게서 응답률이 높았다. 땡땡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잠깐의 휴식으로 업무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79.4%)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좋은 아이템이나 아이디어 구상에 도움을 주기 때문(12.5%) ▦동료와의 사이가 돈독해지기 때문(6.7%) 등이 꼽혔다. 특히 관리자급에서는 아이템이나 아이디어 구상을 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22.7%로, 실무자급(11.4%)보다 2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땡땡이를 치던 중 새로운 아이템이나 아이디어 등이 떠오른 적 있다는 응답자도 71.5%에 달했다. 그러나 용의주도한 범인도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너무 자주 땡땡이를 이용할 경우 오히려 직장 생활의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모르는 척 지적하지 않고 있던 상사가 한직으로 발령내거나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의 결과를 초래, 도를 넘는 땡땡이가 나중에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나날이 발전하는 땡땡이의 기술 능수능란한 땡땡이 기술로 지인들 사이에서 ‘태업의 달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모 유통업체의 성현모(29ㆍ이하 가명) 대리는 “대범함이 최고의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최씨의 비결은 ‘당황하지 말고 티를 내지 말고 알리바이를 만들고 꼭 해야 할 일은 미리 해두고’로 요약된다. 그는 택시로 이동하는 도중에 상사의 전화가 걸려와도 결코 당황하지 않는다. 택시기사에게 라디오 방송과 내비게이션 소리를 줄여 달라고 한 다음 전화를 받고 아무렇지 않게 상사와 대화를 나눈다. 즐겁게 땡땡이를 치고 회사에 들어온 뒤에도 마찬가지다. 상사가 하루 일과를 다그쳐 물으면 최근 만났던 사람들과의 일을 이야기하며 ‘현실에 기반을 둔’ 거짓말을 한다. 상사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금융회사 법인영업팀 소속인 황상수(39) 과장은 업무 특성상 저녁 술자리가 많은데 다음날 외근을 핑계로 차를 몰고 나간 다음 한적한 갓길에 차를 대고 잠을 보충한다. 삼청동 윗길이나 잠실천변 등은 그가 애용하는 전용 공간. 단 회사나 거래처 전화는 빠짐없이 똑똑한 목소리로 받아 넘긴다. 황 과장은 “업무 특성상 자동차에서 이동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일에 지장만 주지 않으면 이 정도 땡땡이는 애교 아니냐”고 반문한다. 정보기술(IT) 업체에 근무하는 장형식(36) 과장은 땡땡이를 치고 싶을 때는 협력업체에 연락을 한다. 여러 협력업체와 일을 진행하는 장 과장은 협력업체 파트너 중 시간이 맞는 사람과 가볍게 차를 한 잔 마시거나 쇼핑을 하면서 머리를 식힌다. 협력업체 직원과의 미팅이라고 하면 상사나 주변 사람들에게 땡땡이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 과장은 “이런 사적인 미팅을 통해 협력업체 사람들과 관계가 좋아지고 업무 성과도 더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홍보실에서 일하는 차나정(26) 씨는 격무 탓에 평상시 자주 만나지 못하는 남자 친구와 평일 낮 시간에 데이트를 즐긴다. 기자 미팅이나 언론사 방문을 핑계로 외근을 나와 시내 은행에서 근무하는 남친과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한다. 차 씨는 “업무 미팅이 취소될 경우 상사에게는 확정된 걸로 보고하고 그 시간을 활용해 내 시간으로 쓴다”며 “남친 얼굴이라도 보고 들어오면 오후에 일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지고 야근을 해도 억울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땡땡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똑똑한 직장인들 땡땡이를 통해 시간을 벌어 자기 계발을 하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도 많다. 또 땡땡이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업무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형석(34) 과장은 땡땡이 시간을 이직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조건이 좋은 곳으로 옮기기 위해 헤드헌터에게 의뢰를 해 놓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면접 일정이 잡혀 있다. 처음엔 면접 일정을 하루에 몰고 월차를 사용하다 월차까지 다 소진하니 땡땡이 기술이 늘 수밖에 없다. 그가 면접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바로 불면증 치료. 김 과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수면클리닉에서 심리 상담을 받는다는 ‘독창적인’ 핑계를 대고 점심 시간을 포함해 자유시간 두 시간을 얻어냈다. 중소기업 영업부서에서 7년간 근무를 했던 장서균(35) 씨는 직장 땡땡이를 통해 대기업 마케팅팀으로 이직에 성공한 사례다. 장 씨는 “외근이 많은 업무 특성상 거래처 방문이라고 둘러대고 헤드헌터와 접촉해 면접 시간을 확보했다”며 “이직에 대해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땡땡이는 오히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금석호(39) 과장은 평소 웹 서핑이 취미다. 친분이 있는 블로거들의 블로그를 타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주로 점심 시간을 이용하지만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인터넷에 저절로 손이 간다. 그렇지만 이런 취미가 꼭 시간 낭비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금 과장은 “블로거 중에는 전문가들이 많아 업무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나 자료를 얻는 경우도 있다”며 “교육 업무를 진행하다가 평소 즐겨보던 블로그에서 사내 교육 주제와 강사 선정까지 한꺼번에 해결한 경험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영업팀에서 근무하는 김영철(40) 과장과 이석호(37) 대리는 지난 연말 회사에 외부 미팅이 있어서 현지로 출근한다고 보고하고 강남의 유명 브랜드 패밀리 세일 행사장을 찾았다. 이들이 아침부터 패밀리 세일 행사장을 찾은 까닭은 주요 고객사 임원들에게 선물할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기 위해서다. 김 과장은 “패밀리데이 행사장에서는 유명 브랜드 제품을 30~90%까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연말연시 혹은 설날에 고객에게 제공할 고급스러운 선물을 다량으로 구매할 수 있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찾는다”며 “고급 브랜드를 선물하면 고객 호응을 얻어 한 해 업무가 보다 수월하다”고 말했다. 게임업체에서 근무하는 최정석(28) 대리는 업무 능률이 오르지 않을 때는 팀장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회사를 빠져 나온다. 곧바로 사우나에서 낮잠을 자거나 만화방에서 재충전을 한다. 최 대리는 “업무 성격상 창의성이 중요한데 책상 앞에 앉아만 있는다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자주 ‘땡땡이’를 치는 편”이라며 “동료들도 각자 방법은 다르지만 다양한 형태의 땡땡이를 치고 있고 심지어 팀장도 몇 시간씩 외출을 하는 사례가 다반사라 서로 눈 감아 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땡땡이를 상사와 친밀감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똑똑이도 있다. 벤처기업에서 근무하는 김진형(29) 대리는 점심 식사를 마치면 부장에게 당구 한 게임을 권한다. 식사 후 상사와 함께 당구를 치니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당구를 치면서 평소에 못 다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다. 이왕이면 한 게임 져 주는 센스까지 발휘하면 직장 생활이 편하다는 게 김 대리의 귀띔. 김 대리는 “팀장이 이긴 다음 날엔 먼저 당구치러 가자고 부추기기까지 한다”며 “땡땡이 시간을 혼자만 보낼 게 아니라 상사와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공통 취미를 갖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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