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룹 총수들 말을 통해 본 「IMF 비상경영」

◎“발생은 인재지만 파장은 천재지변”/정몽구 현대회장­수출증대만이 살길 생산·경쟁력 제고등 경영진부터 솔선을/구본무 LG회장­내부의 살 도려내는 고통분담 적극 동참 업무효율 극대화를/최종현 선경회장­노사 단합노력 통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 전화위복 계기삼길/조중훈 한진회장­지금까지 타성벗고 국제경영기준 맞춰 건실성장 도모해야/정인영 한라명예회장­부도사태 매우 죄송 초긴축·절약의지로 새로운 모습 보일터『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구본무 LG그룹회장이 임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IMF체제는 우리기업들이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상황으로 인식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발생은 인재지만 파장은 천재지변이다』며 이 체제가 초래하는 영향을 설명한다. 특히 이 위기를 앞서 헤쳐나가야 하는 그룹회장들의 입장은 『회장이 아니라 회장이란 지적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힘들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요그룹 회장들이 최근 비상경영을 직접 주재하고, 위기돌파를 강조하는 것은 IMF가 초래하는 위기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룹회장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최근 사장단·임원들과 비상경영회의에서 회장들의 말을 통해 이를 살펴본다.【편집자주】 ◇정몽구 현대그룹회장=최근 그룹 임직원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빌딩에서 연 「경제난국 및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결의대회」를 갖고 위기의식과 수출확대를 통해 이 어려움을 돌파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정회장은 『우리 경제는 지금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며 『현대의 전임직원들이 국가경제의 재건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경제난국과 경영위기 극복에 헌신적으로 앞장선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회장은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영진들이 솔선수범하고 생산현장의 최일선에서 부터 노사간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원가절감, 생산성향상, 경쟁력 제고 등 기본적인 것 부터 철저히 하는 마음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도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해 『외화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만큼 이를 극복하는 지름길은 수출증대를 통해 외화가득율을 높이는 길 밖에 없다』며 『수출증대를 98년도 최우선 경영 정책목표로 삼아 이의 달성에 혼연일체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정회장은 이와함께 『국제화·개방화 시대라는 시대적 흐름을 고려할 때 투명경영과 재무구조 개선등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이를위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15개 상장기업에 도입된 상근 감사의 활동을 강화, 소액 주주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하며, 현대종합상사, 현대정보기술, 금강기획에서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사외이사제도를 확대 실시하고, 부채비율 축소 등 재무구조를 튼튼히 할 것』을 지시했다. ◇구본무 LG그룹회장=최근 임원월례회의를 갖고 『모든 경영활동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구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사업계획을 재조정,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라』고 지시하고 특히 『투자규모를 대폭 축소조정하고 모든 부문의 비용도 줄이는 등 경영 전부문의 군살 제거에도 나설 것』을 강조했다. 구회장은 또 『경영전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사업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위기상황은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것』이라며 『내부의 살을 도려내는 고통이 뒤따라야 하는 만큼 전 임직원은 동요없이 고통분담에 참여해 달라』고 덧붙였다. ◇최종현 선경그룹회장=최근 사장단회의를 열고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대응방안」을 확정토록 지시했다. 이 회의에서 최회장은 『우리 경제는 성장과 몰락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우리 모두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고통분담으로 이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선경의 노사 모두가 단합된 노력으로 위기타개에 앞장서야 한다』며 그룹의 책임을 강조하는 한편 『투자는 우선순위를 3∼5등급으로 나눠 운용하고 장기투자를 중단하거나 유보하는 식으로 투자계획을 축소하라』고 강조했다. 최회장은 또 『내년 1월말까지 한계사업 및 만성적자사업 정리계획을 확정하고, 부동산, 유가증권, 골프회원권 등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라』고 말했다. ◇조중훈 한진그룹회장=서울 해운센터에서 9일 긴급비상사장단회의를 개최, 비상경영돌입을 선언했다. 조회장은 『고통분담을 통한 절대 고용안정체제 구축이 위기 극복의 요체다. 이번 위기를 한진그룹의 50년을 재정비하고 앞으로 50년을 계획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금의 경제위기는 우리기업들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로 과거 오일쇼크로 인한 위기 상황과는 근본적으로 다느다』며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및 근검절약 노력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감원 등 종업원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기업구조개편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은 이익추구도 중요하지만 종업원들의 생활안정이 보다 소중한 가치이며 모든 기업이 이런 도덕적 가치를 중요시할 때 사회정의도 달성된다』고 역설했다. 조회장은 외환위기와 관련해서는 『과거 우리경제 성장의 초창기에 한진그룹 직원들은 생명을 걸고 월남에서 외화를 벌어들였다』며 『달러를 어렵게 벌어본 사람만이 그 가치의 소중함을 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여행시 한사람이 1만달러까지 소지케 하는 등 외화낭비가 지속되는 한 현재의 외환위기는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제 우리경제도 지금까지의 타성에서 벗어나 국제기준에 맞추어 보다 건실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회장은 이와함께 『IMF나 정부가 기업의 어려움을 도와줄 수 없으며 동거동락해온 임직원들만이 기업위기 극복과 생존의 기반』이라며 『4만7천여 임직원들이 공존을 위한 고통분담의 필요성』을 당부했다. ◇정인영 한라그룹명예회장=정회장은 10일 한라그룹 비상경영방침을 밝히면서 국민과 협력업체, 임직원들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발표문에서 정명예회장은 『한라중공업에 대한 과다한 투자로 한라그룹이 부도사태를 야기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한라그룹을 창업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국민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또 『한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온 협력업체 여러분들에게도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루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럽고 수치스런 일이지만 도약을 위한 귀중한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몰아닥친 IMF 구제금융관리 사태하에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한라는 빠른 시일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룩해 채무를 하루빨리 변제하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정명예회장은 『한라가족은 결연한 의지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초긴축, 초절약경영으로 이 위기를 기필코 극복해서 국민 여러분들에게 반드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박원배·고진갑·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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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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