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펌 대표와의 '솔직토크'] 박기웅 우현지산 대표변호사

박기웅 우현지산 대표변호사<br>도전정신으로 성장 가도 올 베트남사무소 개설등 글로벌 시장 공략도 박차<br>"숲속의 전원주택 같은 '포근한 로펌'이 꿈이죠"




[로펌 대표와의 '솔직토크'] 박기웅 우현지산 대표변호사 "부동산 자문 분야 최고 강자 될것"도전정신으로 성장 가도 올 베트남사무소 개설등 글로벌 시장 공략도 박차"숲속의 전원주택 같은 '포근한 로펌'이 꿈이죠" 김홍길 기자 what@sed.co.kr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 김능현기자 nhkim@sed.co.kr 1980년 겨울. 그는 대학입시에 낙방했다. 서울대 법대를 지망했다가 쓴 맛을 본 것이다. 그는 방안에만 칩거했다. 하루하루를 자포자기 심정으로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어머니의 손에 반강제적으로 이끌려 한 달만에 외출이라는 걸 해 봤다. 그와 어머니가 찾아간 곳은 동네시장. 그도 가끔 어머니 심부름으로 생선이나 야채를 사러 온 곳이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시장이었다. 그런데 그의 눈에는 이날 따라 ‘시장’이 그냥 ‘시장’으로 보이지 않았다. 카랑카랑한 상인들의 목소리에는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박동감이 흘러 넘쳤고, 얼굴에는 추운 겨울에도 불구하고 찌푸림 하나 없이 훈훈한 마음마저 느낄 수 있었다.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아~’라는 탄식을 내뱉었다. 지난 한 달간 대학에 떨어졌다고 낙심만 했던 자신이 한없이 창피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우현지산의 박기웅(47ㆍ사진) 대표변호사는 그날 이후 삶이 180도 바뀌었다. 박 대표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치열하게 사는 시장 상인들의 모습에서 도전정신을 배웠다”며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도전정신으로 일군 로펌= 박 대표는 그날 이후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결국 이듬해 목표했던 서울대 법대에 합격해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로펌경영에서도 도전정신은 위력을 발휘했다. 2005년 소형 로펌들이 난립한 상황에서, 그는 전문 로펌간 첫 M&A 성사라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박 대표가 있던 지산은 건설ㆍ부동산 전문 로펌으로 이름이 나 있었고, 우현은 금융ㆍM&A분야 전문로펌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결국 두 전문 로펌은 우현지산으로 재탄생했고, 이후 부동산과 금융은 물론 해외플랜트 자문, 국내 SOC 프로젝트, 건설 분야 소송 등에서 시너지를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로펌업계에서는 우현지산의 이 같은 성장에 박 대표의 도전정신이 한몫 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박 대표 스스로도 “자신이 처한 환경이 어떻든지 간에, 도약의 발판으로 삼자고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의 좌우명 역시 ‘국민교육헌장’에 나오는 구절인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자’라는 것이다. 환경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려는 헝그리 정신이 가득 배어 있는 것 같다. ◇‘전원주택’같은 로펌을 꿈꾼다= 박 대표의 꿈은 ‘따듯한 로펌’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2000년 초반 대형 로펌이었던 제일국제법률사무소에서 소위 ‘잘 나가던’ 변호사였다. 그런데 냉정하고 치열한 사내 분위기, 파트너 변호사들 간의 이해다툼 등을 보며 회의가 밀려와 결국 발길을 돌렸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따뜻함이 묻어나는 ‘전원주택’ 같은 로펌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아는 선배 변호사와 후배 변호사가 의기투합했다. 평소 인간성 하나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던 박 대표는 후배 변호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로펌을 설립하는 데 성공했다. 박 대표는 “언젠가 숲속의 전원주택 같은 로펌 사무실을 내는 게 꿈”이라며 “어려운 일인 줄은 알지만 아직 꿈을 버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초임 변호사를 뽑을 때도 마음이 따뜻하고 도전정신이 충만한 사람을 뽑는다고 한다. 그는 2층 정도의 건물에 창문도 넓고 햇볕도 들어오고 의뢰인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무실이었으면 좋겠다며 구체적인 디자인도 구상해 놓고 이었다. ◇‘부동산자문 최고 강자될 것”= 박 대표는 우현지산의 강점인 부동산ㆍ금융 분야가 향후 법률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외국 로펌은 금융, 지적재산권, M&A 분야 등에서 굳이 국내 로펌과 손잡을 필요가 없지만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 오히려 부동산 분야에 특화된 우리 로펌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하나의 도전 앞에 서 있다. 앞으로 2~3년 내 닥쳐올 법률시장 개방에 맞춰 50명 선으로 변호사 수를 늘려 외형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대형 로펌의 외형 확장을 쫓아갈 생각은 아니다. 그는 “대형 로펌과 중형 로펌은 갈 길이 다르다”며 “우리와 마음이 맞는 특화된 조그만 로펌을 흡수할 계획은 있지만 갑작스럽게 인원을 늘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시장 공략도 박차= 박 대표의 또 다른 꿈은 베트남 등 해외시장에서도 우현지산의 깃발을 휘날리는 것이다. 우현지산은 2005년 초 로펌내 ‘베트남법 연구소’를 만들었다. 이후 베트남 신도시 개발 등에 적극 참여해 지금은 제법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 그는 “베트남의 신도시, 산업단지, 복합단지, 주상 복합 개발 등에 관련된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베트남 현지 2개 로펌과 제휴를 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 베트남에 현지 사무소도 개설할 예정이다. 그가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또 다른 나라는 우즈베키스탄. 그는 “향후 부동산 분야 등에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 하다”고 귀띔했다. ◇변호사는 변화무쌍해 좋다= 박 대표는 공무원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 형 모두 공무원이다. 박 대표도 사법고시에 붙었을 때는 당연히 판ㆍ검사처럼 공무원이 되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법연수원에서 로펌 인턴 생활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로펌에서 잠시 일하면서 현장에서 기업들과 같이 머리를 맞대고 일하고, 가방 하나 들고 해외를 돌아다니는 변호사들의 모습을 보며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평사원부터 회장까지 다 만나게 되고 변호사를 하다가 기업 CEO나 정치인이 되기도 하고 미처 생각 지 못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좋다”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변호사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자기 모습이 변하는 아주 재미있는 직업이 변호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변화무쌍한 변호사’ 직업에 한번도 싫증을 내 본 적이 없다.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고위 판검사를 하고 있지만 부럽지도 않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삼십대부터 로펌 생활만 하다 보니까 어떻게 흘러왔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다”며 “차장 검사, 지방법원장 하는 동기들 보면 부러움보다는 향후에 노후 기간을 어떻게 이들과 잘 보낼 것인가 하는데 관심이 더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로펌에 ‘은퇴 변호사제’ 도입= 박 대표는 국내 로펌에서는 보기 드문 실험을 하고 있다. ‘변호사 리타이어(은퇴)제’가 그것이다. 선배 변호사들이 기득권을 버려야 로펌 안에서 후배 변호사들이 성장할 수 있고 로펌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박 대표가 전격 도입한 것이다. 박 대표는 “로펌 안의 변호사들을 어소시에이터, 파트너, 리타이어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누고 리타이어 단계가 된 변호사들은 업무에서 손을 때는 대신 후배들에게 조언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대신 후배들은 리타이어 선배들을 끝까지 챙겨주는 구조다. 그는 “보통 변호사들은 고참이 돼도 책도 안 쓰고 자기 노하우를 끝까지 안고 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 같은 법조계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실험’에 대해 찬반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늘 처해 있는 환경을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바꿔보려는 그의 도전은 오늘, 아니 내일에도 계속될 것 같다. 법무법인 우현지산은… 2005년 '우현-지산' 합병… 외국 로펌출신 많아 법무법인 우현지산은 2005년 말 금융과 인수ㆍ합병(M&A) 분야에 특화된 법무법인 우현의 김성용 대표 변호사와 건설ㆍ부동산 전문 법무법인인 지산의 박기웅 대표 변호사가 양 로펌을 합치기로 하면서 설립된 로펌이다. 당시 중견 전문 로펌간의 첫 합병으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주로 법무법인 광장 및 외국 로펌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경력 변호사들이 모여 있다. 국내 변호사 19명, 외국 변호사 4명이 활약하고 있으며 고문 변호사로 BBK 특검보를 맡았던 최철 변호사, 공동 대표를 맡다 성균관대 법대 교수로 간 김성용 변호사, 세법 전문가인 이준봉 변호사 등이 포진해 있다. 미국에 소재한 유수 로펌과도 밀접한 업무제휴를 맺고 있어 국내 기업의 미주 관련 업무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중국ㆍ베트남 등의 진출에도 각종 법률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부설기관으로는 베트남 법 연구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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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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